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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원, 사비나미술관

출생

1966, 양평

장르

회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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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2015

광목천 위에 한지, 아크릴 물감, 토분, 아교, 커피, 린시드유, 137.5 x 126.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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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숲에서 붉은 벽을 바라보다

강렬하게 대비되는 원색의 화면구성과 작가주의 성향이 강한 인물상(동글인)을 통해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간결하고 상징적으로 그려내는 화가 양대원. 지난 2년 축적된 시간을 통해 이번 전시에서 그가 보여주는 그림은온통 붉은 색이다. 이전의 개인전까지 보여주었던 인물배치와는 달리 화면의 구성방식도 전지전능한 위치인 관조적인 시각에서, 인물의 얼굴이100호가 넘는 화면에 가득 채워져서 보는 이를 압도하는 구성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도 가면을 쓰고 자신의 속내를 숨긴 채, 힘과 권력으로얼룩진 군복을 입고 상대방에게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던 동글인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의심’이라는 주제로 열두 번째 개인전을 준비한작가에게 이러한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세상과의 유리, 세상으로의 외출, 세상에 대한 탐색,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유
양대원은 지난 1995년 개인전에서부터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짤막한 단어의 전시주제를 제시해왔다.<섬Ⅰ>(1995), <섬Ⅱ>(1998), <외출>(2000), <중독>(2001),<난Ⅰ>(2002), <난Ⅱ>(2003), <푸른 섬>(2006), 그리고 <의심>(2008)이그것이다. 그동안 그가 십여 회 남짓한 전시를 거듭하면서 펼쳐온 이야기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언급을 하려는 것은 이번 전시의 주제를 보다 잘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리라는 믿음과 그가 구사하는 일련의 독특한 그리기 방식(인두질,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여 사용하는 채색기법)에비해 상대적으로 다뤄지지 못했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고자 함이다.
그에게 ‘그림'은 세상 속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서는 긴 여정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자신의 작업실을 소재로 한 개인전 <섬>은세상으로부터 유리된 존재로서의 자신을 하나의 섬으로 상정하고, 그 안에 갇혀 있는 상황설정을 그려냄으로써 세상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이고자의적으로 해석해나갔다. 이것은 세상, 구체적으로 미술계의 상황 속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객관적인 성찰과 탐구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출발점이 된다.
이어서 열린 개인전 <외출>에서 그는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생활을 멈추고 다시 소통의 발로를 찾기 위해 작업실 밖으로 외출을떠난다. 또한 ‘외출’은 이와 같은 주제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조형적인 측면에서도 변화를 가져왔는데, 이전의 작업에서 보는 이의 이목을끌었던 인두질 기법에서 탈피하여, 물감을 칠하면서 견고하고 밀도 높은 화면의 완성도를 유지해 내는 채색기법을 터득해내기도 했다. 이 시기의작품에서는 탈출구가 없는 섬의 이미지가 사라지고, 공간과 공간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형체가 등장하거나, 세상의 빛을 처음 본 신생아에서영감을 얻은 도상들이 그가 선택한 ‘세상으로의 외출’을 암시했다.
세상으로부터의 고립에서 소통을 위한 외출에 이어, 그는 ‘세상에 대한 탐색’을 시작한다. <중독>, <난>,<푸른 섬>이라는 주제로 열렸던 개인전이 이와 같은 과정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세상으로의 외출을 통해 작가가 경험한 세상은인간과 인간 사이에 이뤄지는 다양한 관계에의 중독으로 얼룩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일단 작가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랑, 불신과 복수 등인간 간의 미묘한 감정의 관계를 탐색해 나가는 과정을 <중독>이라는 주제 아래 보여주었고, 개개인 간의 사적인 감정관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와 같은 심리적인 상황들을 보다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상황에서 탐색하는 과정의 일환으로서 수많은 익명의 인물들이 그림 속에떼를 지어 등장하는 모습을 <난>에서 표현했다면, <푸른 섬>은 그가 바라본 세상의 모습을 결론짓는 단계와도 같다.바로 그가 오랜 기간의 침묵과 탐색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독(毒, 전시제목의 ‘푸른’이 상징하는 의미 중 하나)’과 같은 모습을 하고있는 것이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철저한 관찰자의 입장을 취하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을 운동회, 바다, 명화를 모티프로하여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을 보면 적어도 양대원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는 않은 것 같다. 모든것이 경쟁으로 가득 찬 운동회에서,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이 파도가 휘몰아치는 푸른 바다, 권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구축되는 인간들의연합체, 사람들의 무관심에 의해 잊혀져버린 개인의 죽음까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본 세상의 모습들을 담았다. 이와 같은 일련의 주제의심화과정을 거쳐 지금의 시기에 도달한 것이 바로 <의심>이다.
 
탐색의 끝에서 사유를 그리다
의심. 양대원이 세상에 대한 탐색을 마치고 선택한 것은 바로 세상에 대한 의심이다. 세상을 관망하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다양한상황에 대처하는 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끌어안고 그 안에서 적극적으로 사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심은 이러한 사유의 한 형태를 반영한다.그러면 <푸른 섬>에서 ‘세상은 독과 같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무엇일까? 바로 그러한 세상 속에서, 그모습을 이미 깨달은 상황에서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과연 내가 바라보고 있는 나의 모습,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은진실일까?’, ‘내가 보고 있는 이 상황, 내 곁에 있는 모든 것이 과연 진실일까?’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며, 이른바 ‘세상에 대한사유’를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한다.
사실 의심은 양대원의 초기 작품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사유의 한 형태로 자리하고 있었다. 정체성을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도 ‘화가로서의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하여,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탐색을 펼쳐나간 과정의 근간에도 결국 이미 그를 둘러싸고 있는사회(세상)에 대한 의심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를 알고 ‘사회’를 알아가는 단계를 거쳐, ‘사회 속의 나’를 찾아가는단계로 심화되고 구체화 되면서 정반합으로 이어지는 사유의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시대의 초상을 그려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않은가.
 
의심의 상황들
이러한 맥락을 배경으로 양대원은 관찰자의 눈으로 거리를 두고 세상을 바라봤던 이전의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 속의 나’로서 세상에 대한자신의 생각을 그려내기 위해 미시적인 관점으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이때 ‘의심’은 세상과의 거리를 좁혀 인간 본연의 심리와 속성에 대해알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 설정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가 그려내는 의심의 상황은 대부분 사회 안에서 다수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이뤄지는 것들이다. 이러한 다양한 인간관계는 이것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관습이나 도덕, 규범과 같은 사회 구조 속의 체계, 즉 제도를만들어내게 되는데, 이것이 곧 의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품 <의심-눈물Ⅷ(찬성) 205080>은 대선투표에서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 있는 풍경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동그랗게 줄지어 서있는 인물의 모습은 찬성의 표시(○)를 나타낸 것인데, 그사이로 고개를 돌려 눈물을 흘리는 한 인물이 작가의 분신처럼 그려져 있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투표의 순간에도 속내를감추고 침묵하면서 그것에 어쩔 수 없이 응해야만 하는 미묘한 인간심리가 반영되어 있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한편 의심의 상황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이번 전시에서 발표된 작품들에서 공통된 모티프는 화면 속에 공간구획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는푸른 벽과 붉은 벽이다. 이것은 사회가 요구하는 통념의 벽, 완벽한 모습을 가장한 사회의 제도를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상징화하여 표현한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구도를 이용한 작품 <의심-붉은 벽Ⅰ 715080>을 살펴보자.익명의 사람이면서 동시에 작가 자신을 의미하는 동글인이 사회가 강요하는 제도와 시선들로 만들어진 높고 견고한 붉은 벽을 탈출하는 것처럼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달아나는 인물의 표정을 보면, 사회의 제도와 통념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이를 철저하게 외면하지 못하고 바라보는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탈출을 시도했지만 앞으로 세상으로부터 고립될 상황과 또 다시 언젠가는 그곳으로 되돌아 가야할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공포로 인해 완벽하게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의심-붉은 벽Ⅱ 425080>은 완고한 제도에서 벗어날 수있는 완벽한 순간을 맞이했으나, 이로부터 결국 벗어나지 못하고 붉은 벽의 경계에서 매달린 채 고민하고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연출한작품이다. 세로 구성의 화면을 선택하여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심리를 긴장감 있게 표현해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제도 역시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의심의 대상은 사회에서 다시 개인으로 귀결되며, 서로가 서로를의심하는 상황, 심지어 가족을 비롯하여 끝에는 자신이 자신 스스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자신과 아내, 아들의 모습을 상징화하여 그려낸 작품 <의심-가족 620170>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본인 스스로를 의심하는상황을 자화상으로 담은 <의심-붉은 벽Ⅲ 016080>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모티프로 등장하는 것은 산세베리아의 형태를 연상시키는 녹색의 숲이다. 작가는 사회가 요구하는 제도가 그 스스로가 너무견고해진 탓에, 대부분의 인간은 삶의 가치와 목적을 잊고 자신의 의지와 소신을 좀처럼 시원하게 펼쳐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있다고 말한다.여기서 숲은 작품 <의심-숲Ⅰ 038070>에서 보듯이 은신처와 은둔처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중요한 장소다. 동글인은 진실성의위기에 직면한 사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숲으로 몸을 숨겼고, 이것은 의심이라는 심리적인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과거에 작업실을 모티프로 한<섬>이 작가 자신이면서, 세상과 고립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지녔다면, 숲은 마치 자신의 속내를 감추는 가면처럼세상의 부조리함과 거짓으로부터 당당하지 못한 채 겨우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심리적 안식처, 피난처 내지는 자기 정당화 수단으로서의의미를 지닌다.
 
의심의 메타포
의심의 상황 외에도 화면 곳곳에서 의심을 상징하는 다양한 표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먼저 ‘눈물’은 의심이라는 사유의 한 형태를 가장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감정 표현의 한 방식이다. 그것도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눈물보다 두 볼로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이 눈가에 고여있는 눈물방울로 묘사되어 있다. 이것은 슬픔의 의미를 보다 강하게 전달한다. 면실로 눈물을 표현했던 과거의 시도가 이제는 양대원식조형언어로서 변화하여 동글동글한 조형표현으로 자리하게 된 결과이다. 여기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장면이 곧 의심하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은아니다. 그보다 눈물은 의심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서 파악한 인간의 속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때로는 우리가 알고있는 사회의 모습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세상과 타협할 때가 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속내를 감춘 채, 고개를 돌려 어쩔 수없이 눈물을 글썽이다가 억지로 삼켜야만 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진실을 감추고 속내를 남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위장의 도구로 가면을 그려왔다면, 가면을 쓰고 있지만 눈물을 흘리고 있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연출하여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내면의 심리에대한 궁금증을 한층 더 강화시키고 있다.
세상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사유(의심)하기 위해 선택한 두 번째 방법은 인물에 대한 클로즈업이다. 마치 사진기의줌인(Zoom-in)을 이용한 것처럼 의심을 하고 있는 인물의 표정을 화면에 꽉 들어차있게 표현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위해서는 보다가까이에서 인물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의미에서 택한 화면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의심-눈물Ⅴ312080>, <의심-눈물Ⅵ 222080>, <의심-눈물Ⅶ 013080>이 이와 같은 시도를 잘 보여주고있다고 하겠다. 또한 지난 개인전에서 명화의 구도를 차용한 공간의 표현도 강해졌다. 작가는 <푸른 만찬(의심) 135060>에서선 원근법을 사용하면서 공간감을 극대화시켜 그림 속의 상황을 연출하고 공간의 깊이를 연구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전까지의 그림이 마치 건축의평면도처럼 인물의 묘사와 색채의 배합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면, 이러한 시도는 비록 미묘하지만 양대원만의 간결한 화면 구성 방식에 변화를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제한된 화면 안의 공간을 확장하는 동시에 주제의 전달력을 한층 강화하는 요소가 된다. 그런 면에서<의심-눈물Ⅶ(푸른 벽) 623080>은 벽의 크기와 인물의 앞뒤 배치를 통해 의심의 상황에 극적인 긴장감을 부여하기도 하며,이것은 <의심-붉은 벽Ⅴ 036080>에서 극에 달한다. 동글인들이 서로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이리저리 피하거나뛰어다니고 있는 모습을 앞과 뒤의 거리감을 주어 과감하게 표현함으로써 화면 안에 긴박한 상황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시된 작품 모두 붉은 색의 배경이 대거 등장하고, 이와 함께 강렬한 색채 간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등장인물을 부각시키면서 의심의 상황과 인물의 행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극적인 상황 연출하며, 형식과 주제의 측면에 있어서 과거와 현재의회화를 구분한다. 또한 세상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사유하고자 하는 작가적 의지의 표현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는 동시에 주제의 통일성을유지시켜준다.
 
이처럼 양대원은 진실성이 결여된 독과 같은 세상의 끝에서 세상과 타협하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슬픔에 잠겨야 하는 인간의 속성을네 가지 형태(‘의심-눈물’, ‘의심-숲’, ‘의심-푸른 벽’, ‘의심-붉은 벽’)의 의심으로 담았다. 그동안 그는 순수한 회화를 통해자신의 주제의식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부단히 노력해왔다. 늘 자신의 주제의식과 조형성의 관계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작품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는 것이다. 작가 옆에서 작품의 변모과정을 지켜본 입장에서 보자면, 오랜 시간 동안 그는 회화에 매진하면서주제의 심화과정을 거쳐 결국 주제에 맞는 조형적 표현에의 자유로움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그의 그림을 말할 때 항상 빼놓지 않고 다뤄지는동글인에 대한 의미탐구, 빈틈없이 치밀한 구성력, 그림의 표면에서 느껴지는 밀도감보다는 앞으로 그가 풀어나갈 주제들이 궁금해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양대원의 회화가 동시대 작가들의 그것과 차별화 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주제, 구성, 기법이라는 회화적 요소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어서작품의 뚜렷한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작가로서의 실존적인 측면이 사회를 소재로 한 작품의 주제의식과 굉장히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서작품에 대한 심리학적, 사회학적 고찰을 가능하게 하는 점, 추상회화의 단순하고 상징적인 표현을 유지하면서도 개성강한 인물상을 창조하여형상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 회화의 평면성을 유지하면서도 물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독특한 기법을 구사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이것은 곧 작품에 대한 다각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으로 이어진다. 즉 양대원의 회화는 동시대 미술에 대한 해석의 즐거움을안겨준다. 그의 회화는 매너리즘에 빠진 기법위주의 회화로 전락하거나, 주체의식이 결여된 채 특정 국가의 회화적 추세에 편승하여 나아갈 길을찾지 못하는 위험에 빠져 있는 요즘의 회화적 동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주제와 표현에 대한 철저한 인고의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어법을확실하게 확립하여 구사하는 단계에 올라, 이제는 여기에 시대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철저한 작가적 시각을 유지하여 바라보고, 이것을 조형방식으로 담아내고 해석해내는 것이야 말로 시대정신이 살아있는 미술,동시대 미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란 묵묵히 시간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점차 두터워지는 경험의 층위를 통해 보이는 세상의 모습을자연스럽게 담아내는 사람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양대원이야말로 가장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이 과정을 밟아 나가고 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일것이다. 그는 그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면서 언젠가는 개인전을 개최했던 주제를 한 데 엮어 자신의 작품과 함께 책을 만들어보고싶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 책이 완성될 즈음엔 작가가 살아온 세월만큼의 세상 모습을 하나의 스펙트럼처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해본다. 그 자체가 작가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고스란히 담아낸 결과물이 아닐까.
끝으로 <의심>이라는 주제는 당분간 작가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그에게는 조용히 숨을 죽인 채, 눈에 고인 눈물을 하는 수 없이 마음으로 삼키면서 살아갈 세상이 아직까지 길고도 멀게만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황정인(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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