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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한미사진미술관

출생

1971, 광주

장르

사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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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02, 2015

C-type print, 120 x 16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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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사진전

이정록 작가는 인간 생명과 문화의 원형을 찾는 신화적 세계관을 서남 지역의 평야, 들판, 갯벌을 중심으로 자연의 보이지 않은 역동적인 경이로움을 관조적 시선으로 기록하거나, 직접 개입하며 신성한 장소로 해석해 놓은 풍경 작업을 지속해 왔다. 특히 하늘, 땅이 접속하며 생명을 탄생시키는 장소들에 놓인 알 같은 투명한 구형들 또는 반짝이는 씨앗들로 형상화 시킨 <신화적 풍경>, <사적 성소>는 자연의 생명력이 인간의 역사로 전이되는 것을 목격하게 해주고, 신성한 기운이 빛으로 퍼져나가는 <생명나무>는 인류의 원형적인 신화를 상상하게 해주었다. 작가는 에서 자신의 신화적 자연관을 인간이 일궈낸 문화적 장소 혹은 폭력이 행사된 장소로 확장시켜 자연이 말하는 침묵의 언어를 기호화하며 자연과 보다 직접적인 소통을 꾀하였다. 즉 자연에 편재하지만 인간의 관습적인 코드로는 결코 해석 될 수 없는 풍요로운 자연의 언어를 한글의 자음에 담겨진 음양오행 사상과 모음의 삼재(三才)론에 근거해 상형문자와 같은 형상의 빛으로 해독, 기입해 놓았다. 이미 만들어진 기호로는 결코 쓰여 질 수 없는 존재의 신비를 빛의 파동, 자음 혹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한 상징들인 이미지 문자로 만든 것이다.

기호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자 타자와 관계 맺는 장소이다. 일찍이 기호학자 퍼스가 ‘기호로 가득 찬 우주에서 우리에게 말 걸어오는 기호의 능력에 주목했듯이, 자연의 모습과 소리의 역동적인 힘은 인간의 다양한 문화에 따라 상이한 언어로 번역되며 소통하게 해주는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자연이란 신비스런 존재는 인간의 언어로는 완전히 번역될 수 없는 초월성을 지니기 때문에 작가는 에서 소리 문자인 한글을 자연의 형태 또는 의미를 닮은 상형문자로 형상화하거나 조합하여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는 묵언의 메시지를 풍경 텍스트로 표현했다. 기호에서 발광하는 빛은 자연의 존재가 드러나는 ‘열림’의 장소이자 상형 기호라는 ‘현상’으로 나타나도록 개방하는 역할을 한다. 자기 동질적인 의미로 규정할 수 없는 과거, 현재, 미래가 순환하는 자연이 지닌 풍요로운 의미와 색은 기호를 감싸는 빛의 파동으로 배가되어 보인다.

자연의 원형적인 장소 혹은 문명화된 장소에 대한 근원적인 기억에서 가져온 ㅁ, ㅂ, ㅍ, ㅅ, ㅇ(물, 불, 풀, 생명, 空) 같은 자음과 천지인을 상징하는 기본 모음으로 조합해 낸 코드들은 비록 신화적인 자연의 ‘부분’이지만 그 부분은 풍경의 속성으로 분해될 수 없는 완전한 전체로서 자연의 ‘상징’이 된 것이다. 즉 작업노트에 언급되었듯이 갯벌 위 바닷물 위에 띄워진 ‘ㅈ’은 수평선을 닮은 ‘ㅡ’와 두 다리로 선 사람을 닮은 ‘ㅅ’이 생명의 약동을 상징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연에 깃든 음양오행과 우주적 질서는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을 위한 도구적인 기표들로 추상화된 것이 아니라 마치 고유명사를 지닌 총체처럼 형상화되었다. 빛은 인간의 폭력적, 합리적인 인식에 은폐되었던 존재를 개방하며 개념화될 수 없는 의미에 대해 상징적이고 감성적인 소통에 이르는 길을 밝혀준다.

이정록은 에서 자연과 코드, 현실과 허구 사이의 이중화, 이종(異種)화를 통해 자연이 말하는 침묵의 세계를 고유한 명사들로 불러내어 표현하였다. 자연풍경 혹은 근원과 역사를 기억하게 해주는 고인돌, 탑 주위에 기입된 상형문자들은 단순히 교환적 기호들로 실체를 상실하고 부유하는 기표들이 아니라 존재가 출현하며 집을 짓는 장소이자 사건이 놓이는 지점이다. 그러나 기호들로 분절된 그 집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충만한 의미가 가시화되기 위해서 계속해서 고쳐 씌어 질수 있는 흔적으로 무한히 연기되는 ‘차연(差延, différance)’이 만드는 임시적인 집일뿐이다. 따라서 한글, 알파벳, 아라비아숫자의 다양한 씨앗들이 관람자 각자 새로운 텍스트로 써나갈 수 있게 소통의 장을 열어주는 <<생명나무>>는 바로 전시 주제가 응집된 상징 그자체이다. 작가는 자연의 존재와 의미를 이미지-기호로 풀어낸 조형적이고 상상적인 풍경 텍스트를 통해 인간의 지식으로 고정시킬 수 없는 개념적 인식의 협소함을 누설하며 자연의 내적 타자성에 주목하게 해주었다. 비록 풍경에 기입된 상형문자들이 관람자에겐 즉각 해독하기 어려운 암호들처럼 기습하지만 그 기호들을 해독해야할 암호가 아닌 이미지 문자로 본다면 관람자 개개인의 상상 작용을 통해 다시 새로운 의미로 사유될 수 있기 때문에 기호로 가득 찬 우주 속에 우리 각자도 사유하는 기호이자 행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김화자 미학박사(성균관대학교 하이브리드 미래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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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나무

이정록의 사진작업은 자신의 개인적인 상황들을 다른 대상에 감정을 이입하는 형식으로 상징화해 표현한다거나 땅과 역사에 대한 집단적인 무의식을 아키타입의 형식으로 들추어 낸다거나 정신적이고 영적인 분위기를 신화와 결합된 형식으로 풍경화해 보여주는 작업 등을 통해 인간의 삶을 고양시키며 치유해내는 사진이라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열어왔다. 그런 그가 최근에 들어서는 보이지 않던 신화적이고 영적인 세계를 보이는 현실적인 세계 속으로 끌어들여 가시적인 세계로 변모시키는 매개자의 모습을 더 자주 보여주고 있다. 보이진 않지만 인간의 삶 속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신화적이고 영적인 세계를 작품화 하는데 특별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정록의 이번 전시에서는 생명나무 연작을 통해 감상자의 시선을 바로 이 생명나무로 이끈다. 태초 이래로 존재해왔지만 볼 수는 없었던 생명의 실체 곧 영적인 아우라에 휩싸여 있는 신비로운 생명나무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 생명나무를 중심으로 해서 영적인 이야기와 이미지들을 화면 가득 내밀하게 수 놓는다.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던 이야기와 이미지들이 생명나무 주위를 은은히 감싸고 돈다. 꿈결 같은 이야기와 이미지들이 찬란한 빛의 자취 속에서 명멸한다. 한 때는 주어졌지만 곧 잃어버렸던 바라고 바라던 복되고 영원한 삶의 이야기와 이미지들을 화면 가득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는 혹자가 의문하듯 연출된 이미지이긴 해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공한 이미지는 아니다. 삼고초려 하듯 필요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특정장소로 몇 번이고 찾아가 기다려서 얻은 이미지이거나 또는 특별한 의미를 담아 가족사진을 찍듯 필요한 대상들을 무대 위로 불러모아 찍어낸 아날로그적인 사진 이미지인 것이다. 빛이라는 자연재료와 카메라라는 인공재료 그리고 약간의 설치 물을 이용해 수작업을 통해서 만든 공이 많이 들어간 이미지인 것이다. 이러한 작업의 과정 속에서 빛은 사진을 가능케 하는 질료로써 뿐 아니라 순간적인 깜박임을 통해 영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매체로도 기능했다. 그 중에서도 후레쉬를 떠난 섬광은 열매나 아우라로 그리고 천사의 이미지로 다양하게 변주되어 생명나무의 주변에 흩뿌려졌다.

 

특별히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고 있는 생명나무 연작은 그 배경을 자연에서 무대로 옮기면서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한 편으론 소박한 느낌이 강해졌는가 하면 다른 한 편으론 극적인 느낌이 강해지는 나름의 변화를 겪었다. 이는 작가가 생명나무에 깃들어 있는 영적인 아우라를 강조하기 위해 배경을 제거한 체 오로지 나무와 빛의 변주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보이는 세계의 이미지는 줄어들었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인상과 여운은 더욱 강렬해진 색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정록의 이 같은 담백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로 충만한 사진작업은 본 적은 없지만 본 듯이 믿고 있는 영적인 세계를 보이는 세계 속에 펼쳐냄으로써 감상자로 하여금 인간의 삶과 역사 속에 개입하고 있는 영적인 세계를 새롭게 보고 느끼며 경험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주용범(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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