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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정연두, 헬로우뮤지움

출생

1969, 서울

장르

회화, 설치, 사진, 미디어, 퍼포먼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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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길리우스의 통로, 2014

오큘러스 리프트 이용한 3D 설치작업, Variable S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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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두의 작품 세계

정연두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 이상과 현실을 대비시키거나 이질적 문화 환경 속의 상황들을 접합하는 사진과 영상 작품을 많이 제작해왔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언제나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작품에 몰입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도입되는 공간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나 작품에 등장하는 구체적 대상을 물색하는 데 있어서도 나이와 성별, 국적과 문화적 배경 등 모든 조건에 경계를 설정하지 않고 다양한 장소와 모델을 선정하여 작업을 해왔다.
작가의 이력을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정연두는 원래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지만 영국 대학원 유학 시절부터 입체 작품을 만드는 것과 함께 사진 작업을 시작하여 서서히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 중반 영국 유학시절 필자가 우연한 기회에 런던에 유학중인 한국 작가들을 초대해서 전시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정연두도 출품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조금 오래 된 기억이라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그는 식빵위에 치즈를 두껍게 얹어 마이크로웨이브에 넣었다가 꺼내서 뜨겁고 흐물흐물해진 치즈를 주물러 사람의 얼굴 형상을 만들고 이것을 사진으로 찍었었다고 기억된다. 아직 대학원 학생 신분이었던 그 당시만 해도 정연두는 형식면에서 자신의 전공이었던 조소적 작업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이탈하지는 못하였던 것 같지만 자신의 작품을 전달하는 미디엄으로 사진을 선택하고 있었다.
작가로서의 출발에서부터 정연두가 관심을 가진 주제 가운데 하나는 문화의 고정적 개념을 자유롭고 경쾌하게 헝클어뜨리고 이질적 문화의 혼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우리들의 인식의 어긋나기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이었다. 우리의 김치처럼 서양의 대표 음식인 치즈에 한국인의 얼굴을 담아내거나, 귀국 후 성곡미술관에서 가진 <엘비스 궁중반점>(1999) 퍼포먼스에서 자장면 배달 퍼포먼스를 통해 작가가 유학했던 도시에서는 생소한,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배달문화를 통해 두 지역 사이의 생활 방식이나 배달이라는 노동 형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그 후 정연두는 런던과 서울이라는 두 지역의 지하철에서 만나는 평범한 인물들을 가상의 공간에서 크고 작게 또는 남자와 여자, 동양인과 서양인으로 서로 대비되는 모습으로 콜라쥬 처리하여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유학생활을 하였던 작가의 문화적 체험의 혼성과 일상의 평범한 인물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작업의 모티브를 캐내는 작가의 촉수를 키우게 되었다. 정연두의 다음 작품은 지하철 7호선 차량이나 기존의 전시공간을 댄스홀로 탈바꿈시켜 보통 사람들의 춤이라는 일상적 행위나 유희를 특정 공간에서 일어나는 예술적 퍼포먼스로 연출하고 이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내는 퍼포먼스 사진이었는데 이렇게 제작된 사진 작품인 <보라매 댄스홀>로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서울의 봉천동이라는 곳에서 지극히 평범한 중년 남성과 여성들이 무대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지구 반대편에서 유래한 탱고 춤을 추는 상황은 현실이면서도 어딘가 현실같지 않은, 즉 두 공간과 시간 혹은 두 문화의 혼성과 교차를 보여주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작가의 손을 거쳐 탄생한 작품을 통해서 비로소 그것들을 현실의 맥락에서 발췌하여 보다 선명하게 인식하고 반응하게 된다. 이처럼 정연두의 초기 작품들은 작가가 체험한 일상에서 발견한 모티브를 서로 대비시키고 시간과 장소를 교란시켜 때로는 인식의 충격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기억과 정서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면서 주제를 비교적 가볍고 유쾌하게 표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정연두가 미술계의 주목을 받게 되는 결정적인 작품은 이러한 맥락에서 탄생한 <내사랑 지니>(2001)와 <원더랜드>(2004), 그리고 <상록아파트> 시리즈다. <내사랑 지니>는 1964년부터 1972년까지 미국 텔레비전에서 방영되었던 시츄에이션 코미디 드라마인 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으로서 요술쟁이 주인공 여배우가 코를 씰룩거리면 한 순간에 공간을 이동한다거나 물건들을 이동시킨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당시 시청자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누렸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수입 방영되기도 하였다.
정연두의 <내사랑 지니> 작품 속에서는 한 사람의 현재의 모습과 동일인의 장래 희망이 이루어진 모습을 거의 동일한 자세로 함께 보여준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일하며 F1 자동차 경주의 챔피언이 되기를 꿈꾸는 젊은 한국 청년, 북경의 한 단란주점에서 일하며 팝 스타가 되길 꿈꾸는 중국인 웨이터, 높은 산 정상에 올라서서 일상 속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한 일본 고등학생의 모습 등에서 그들의 초상은 단지 한 개인의 소망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나라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다.
<원더랜드> 역시 <내사랑 지니>의 연장선상에서 어린 아이들의 그림 속에 담긴 환상을 사진을 통해 현실로 구현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연두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4개월간 스스로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며 아동들의 행동과 생각을 관찰하고 그들이 그린 작품 1200점을 수집하였다. <내사랑 지니>나 <원더랜드> 제작과정에서 작가는 이러한 꿈의 실현자로서 작업하는 동안 작업의 일관성을 보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작품 속의 인물이나 작품에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밑그림의 주인공들과의 충분한 교감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꿈을 실현하는 방법으로서 공간과 인물의 모습을 연출하는데 있어서 컴퓨터 그래픽과 같은 손쉬운 방법을 사용하기 보다는 의상 하나하나, 배경의 소품 하나하나 까지 작가가 직접 만들거나 섭외하는 프로세스를 거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서 정연두의 꿈실현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두 연작은 사진 작품 속에서나마 작가가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다는 환상을 통해 관람자들도 함께 자신을 작품 속에 투영하고 꿈꾸게 해주었다.
<상록아파트>(2001) 시리즈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대상에 접근한다. 작품 제작당시 한국 사회는 점차 개인주택에서 아파트라는 획일화된 집단적 공간으로 주거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시기였다. 작가는 <상록아파트>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32가구의 가족 구성원들을 그들의 거실에 배치시키고 일종의 가족사진과 같은 작품을 제작하여 그 사진들을 한데 모아놓음으로써 동일한 공간에서의 서로 다른 가구 배치와 서로 다른 인테리어 취향을 드러내며 사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작가는 관람객들의 훔쳐보기 본능을 자극하고 그들이 부지불식간에 작가의 작품 속 공간과 자신의 주거 공간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작품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내사랑 지니>와 <원더랜드>의 연장선상에서 2005년부터 정연두는 <로케이션> 연작을 제작한다. 로케이션 연작은 이름 그대로 국내외의 다양한 장소에서 작품 촬영이 이루어졌다. 제주도와 설악산, 국도변의 휴게소에서부터 미국 뉴욕의 롱아일랜드 해변까지 이르는 장소에서 작가는 실존하는 풍경에 인공적인 장치와 조명을 더하여 한 공간 안에 실제와 허구가 공존하게 만든다. 앞선 작품에서 그랬던 것처럼 현실이 아닌 공간과 상황을 제작해내는 과정에서 작가는 현실의 이미지와 가상의 이미지가 교차하여 만들어내는 초현실주의적인 상황에 주목한다. 현실과 비현실 상황이 동시에 한 작품 안에 존재하는 모호한 심상의 풍경을 나타내는 사진 속에서 관람객은 자유롭게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서 과거에 대한 향수와 미래에 대한 꿈을 동시에 떠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정연두는 2008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선정기념 전시에서 정연두는 <보라매 댄스홀>, <로케이션>, 그리고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를 선보였다. 이 가운데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는 설치 작업으로서 공간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관객은 거실처럼 보이는 방에 입장하게 되는데 이곳에는 소파가 있고 벽에는 PDP TV가 걸려있다. 관객들은 소파에 앉아 TV에 상영되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이어서 이 방을 나서면 넓은 전시장이 펼쳐진다. 그곳에는 영화 촬영 장비와 소품들이 놓여있다. 정연두는 바로 이곳에서 카메라, 조명, 소품, 장비 등을 이용해 TV에 나오는 여섯 가지의 영상을 중간에 끊김 없이 70분 동안 촬영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는 이처럼 TV에 나오는 '영상'과 전시장에 나열된 장비와 소품, 즉 '설치'로 구성된 작품이다.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정연두는 사진에서 설치와 영상으로 진행되는 작품 제작과정에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 이상과 현실의 대비를 통해 발생하는 인식의 충격과 기억이나 매래의 희망 등을 작품 속에 담아왔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작가 스스로 찾고, 체험하고, 만들고, 사진 찍는 작업을 성실하게 수행해왔다.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에서 좀 더 편리한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정연두는 자신의 이야기의 요소요소 마다 작가의 호흡과 손길을 개입시켜 관람객과의 소통에 있어서 친근감과 밀도를 더해주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하계훈 (미술비평, 단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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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 :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어서

정연두는 사진을 마법을 거는 요술지팡이로 변화시킨다. 그의 사진은 꿈의 이미지와 그가 세계 여러 도시들에서 만난 청소년들의 상상의 세계를 다양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그 자신의 세계는 드로잉 페이퍼에 그려진 어린이들의 환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현실의 세계가 아닌 빛바랜 꿈의 세계인 것이다. 전해 듣거나 그의 예리한 귀와 눈에 잡힌 이야기들의 불완전한 파편들에 근거한 그의 사진들은 조심스런 재구성속에서 피어나는 상상력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2001년부터 시작된 정교하게 구성된 사진 시리즈에서는, 정연두는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를 기록하는 것 이상의 것을 추구한다.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사진작가와 그 사진가를 응시하는 피사체가 공존하는 공간 속에서의 다층적 경험과 대화는 독특한 사진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연두는 공들여 비현실적인 꿈을 사진으로 담아내어 아이의 억제되지 않은 생각들의 소름끼치는 자유와 청년기의 꿈의 힘을 재현한 그의 사진에 대한 우리의 경이와 존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단단한 경계들과 융해점들은 정연두의 사진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어 우리를 감정과 욕망의 새로운 시각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내사랑 지니〉: 사진의 상관적 관계의 영역들

아시아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모았던 1960년대 미국 시트콤에서 제목을 딴 〈내사랑 지니〉이란 2004년도 초상화 시리즈에서 정연두는 미래에 대한 꿈과 비전에 대하여 지역 청소년들을 인터뷰하고 사진으로 재창조하였다. 이 시리즈는 한 인물의 두 초상화를 보여주는 슬라이드 설치작품이다. 하나의 초상화는 현재의 실재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인물이 꿈꾸는 자신의 모습이다. 마녀인 60년대 TV시트콤 속의 주부에 의해 마법에 걸린 것처럼 정연두 사진 속의 청소년들은 그들의 세속적인 일상 생활에서 벗어나 환상적인 판타지로 옮겨져 있다. 아시의 대도시인 서울, 베이징, 도쿄에서 촬영된 첫 번째 초상화들은 낯선 장소에 대한 작가의 욕망에 영감을 받았다. 그 후, 정연두는 뉴욕, 이스탄불, 리버풀, 암스테르담 전시를 위해 제작된 작품들도 포함시켰는데, 그 작품들은 전시한 도시들과 그의 여행 중의 우연한 만남들에 의한 것이다. 꿈은 우연한 만남이 우정이 됨으로써 이루어진다. 사진들은 청소년들과 작가의 공동작업 또한 기록하고 있다. 정연두에게 있어서 공동작업은 단순한 사진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다. 그의 작품이 작품제작 과정에서 관람객의 참여를 강조했던 1990년대 말 설치작품과 구별되는 것은 바로 작가와 피사체간의 개인적인 관계이다. 사진은 작가와 그의 피사체들과의 관계에 있어 촉매가 된다. 사실 꿈에 대한 사진은 관람객들에게 “만약 내가 저 사진 속의 인물이라면?”하는 질문을 하게한다. 이것은 사진을 매개로 한 관계적 미술(relational art)에 있어서 새로운 발전이라 할 수 있다.동시대의 인물들에 대한 꾸준한 관찰에 근거한 정연두의 작품은 인간의 잠재된 열정을 드러낸다. 〈보라매 댄스 홀〉(2001)에서 작가는 댄스홀의 단골이자 서울 근교 노동자들인 탱고 댄서들을 찍었다.[1] 작가의 탱고의 스텝과 타이밍에 대한 깊은 이해 덕택에 그의 사진 속의 그들은 모델이나 직업적인 댄서도 아니면서도 풍부하고 매혹적인 시각적 대상이 된다. 전시장에 독특하게 패턴화된 벽지처럼 설치된 사진 작품은 키치와 코믹한 재미가 넘쳐나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2001년 작품인 〈상록 타워〉는 서울의 전형적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중산층 34 가족의 거실을 찍은 시리즈이다. 이 작품 속의 가족들은 모두 서울에서 살고 일하며 2명 혹은 3명의 자녀들을 가진 3/40대 부부이다. 오늘날 특색 없는 콘크리트 서양식 아파트들이 모든 아시아 도시들에 넘쳐나고 있긴 하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작은 부분들을 향한 섬세한 작가의 시선은 그 속에서 풍부한 개성들 발견하고 있다.


사람들의 판타지를 형상화하려는 작가의 욕망에서 시작된 정연두의 작품은 결국 너무나도 세속적인 삶 표면 아래 잠재된 희망을 표현한다. 〈내사랑 지니〉에서는 몇 의 인물들을 통해 많은 이들의 이야기들을 말하고 있다. 서울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한 고등학생은 작가에게 남극으로 여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작가는 그 학생과 빌린 두 마리의 시베리안 허스키를 눈 내린 한국의 산으로 데려갔다. 작가는 종이로 만든 이글루를 배경으로 학생에게 핸드메이드 털옷을 입혀 사진을 찍었다.


어느날 베이징의 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던 작가는 베이징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요리를 할 수 있도록 큰 레스토랑의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젊은 웨이터와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작가는 그 웨이터가 준 할머니의 흑백사진을 가지고 거리로 나가 할머니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찾았다. 그리고, 그는 가게 폐점시간동안 일급 레스토랑을 빌려, 그 젊은이에게 일급 요리사처럼 옷을 입히고 현실에서 웨이터가 이룰 수 없는 꿈을 사진에 담았다.


작가가 일본에서 만난 입시생의 꿈은 높은 산을 올라 또오르는 아침해를 보는 것으로 입시부담을 날려 보내고 싶은 것이었다. 세미프로급 등산가였던 작가는 일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을 등반할 것을 그에게 제안한다. 해발 3,000미터 정상에서 작가는 커다란 등산배낭을 매고 늦은 여름 새벽 햇살 아래서 구름과 절경을 배경으로 서있는 소년을 찍었다. 이 사진은 40킬로가 넘는 카메라 장비를 등에 매고 산에 오르는 작가의 강한 의지와 공감에서 나온 상상력에서 나온 결과이다.


토쿄의 한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한 미술 수집가는 작가에게 탈래반 정부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현지에서 미술 교육 운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비록 어른이긴 하지만, 이 미술 수집가의 동심과도같은 이상주의 꿈에 감명 받아 작가는 손으로 직접 아프간 불교 조각과 옷을 만들어 곧 철거될 도쿄 시내의 빌딩에서 그의 꿈을 재현하였다.


이러한 짧은 만남들은 들어줄 귀와 열린 마음 또 운이 좋다면 창조적인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외로운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을 찾아 전 세계를 여행한 작가의 것이다. 정연두의 초상화 시리즈는 때로는 중국과 같이 현대화된 대도시와 가난한 지방 도시들이 현저한 대비를 이루는 아시아의 경제적 발전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전후 급격한 성장과 현대화를 거쳐 현재는 장기간의 경제침체, 정신적 공항을 겪고 있다. 중국이든 일본이든 그 어디에서든지 꿈은 변화하는 사회의 비인간적인 결과에 대한 반응인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꿈들을 관찰함으로써, 정연두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위해 우리가 등한시하고 있는 것에 대한 참신한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정연두는 이스탄불에서의 프로젝트에서 아주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갖게된다. 작가는 작가가 머물던 호텔 근처의 골목에서 홍차집을 경영하는 부모를 돕고 있는 청년을 만났다. 그 청년은 수학선생이 되는 꿈을 가졌으나, 그의 부모는 그를 대학에 보낼 돈이 없었다. 작가는 그의 사진작품 속에서 아이의 꿈을 잠시 동안만이라도 실현시키기로 한다. 이것은 사진으로만 끝나지 않았는데, 작가의 프로젝트를 들은 지방 은행에서 그 소년이 대학에 갈 학자금을 내주기로 한 것이었다. 현대판 돈키호테의 선행은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미술작품으로 야기된 시민의 메아리와 같은 것이다. 정연두의 선행은 대학, 호텔, 카페의 사회적 시스템을 모방한 일본작가 오자와 츄요시의 ‘상담’ 미술과 유사한 것이다. 이 두 작가 모두 작품에 참여한 사람들의 생각과 욕망을 나타내기 위해 작가의 생각을 넘어서는 의미있는 참여를 시도했다. 정연두 사진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로의 초대는 정연두 세대의 다른 아시아 작가들과 공통점을 가지는데, 즉 타자에 대한 관용과 제작과 협력을 감정과 정신으로 바꿀 수 있는 타고난 능력이다.



〈원더랜드〉: 아이의 상상력과 청년기의 꿈

정연두의 사진은 청년기의 꿈이나 마치 자신이 청년인 것처럼 꿈을 꾸는 사람의 초상들 속의 현실과 가상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가 특징적이다. 어린이도 성인도 아닌, 청소년기는 사람의 생애에서 매우 애매모호한 시기이다.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청소년기에는 성과 자아, 현실과 판타지, 행동과 말사이의 경계가 쉽게 무너진다고 했다.[2] 크리스테바에게 청소년기는 “발달의 한 단계라기보다는 열린 심적 구조”이다.[3] 정연두는 자유롭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관에 있어서 청소년기의 상상력이 풍부한 능력을 표현함으로써 그의 의견을 명확히 하고 있다.


정연두의 새로운 연작인 〈원더랜드〉(2004)는 어린이들의 드로잉을 가능한 가깝게 재현한 세트에서 포즈를 취한 청소년들을 찍은 것이다. 그는 드로잉의 무한한 상상력을 재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공동작업을 했다. 4개월동안 작가는 서울의 4개 유치원의 미술수업을 관찰하고 5살에서 7살사이의 어린이들이 그린 1200개의 드로잉을 모았다. 그것들 중 그는 17개의 드로잉을 선택해서 그 의미를 해석했다. 그리고나서 작가는 어린이들의 드로잉을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를 연기할 학생을 모집한다는 전단을 고등학교에 배포하여 60명의 고등학생을 모집하였다. 비대칭의 옷소매라든가 다른 크기의 단추들과 같은 드로잉의 디테일들을 섬세하게 재현하기 위해, 작가는 5명의 패션 디자이너에게 사진을 위한 옷의 제작을 부탁한다. 그는 역시 실재의 크기가 아닌 드로잉에서 그려진 크기에 가깝게 세트를 만들었다.


〈원더랜드〉는 컴퓨터 그래픽에 도움 없이 판타지를 사진적 리얼리티로 변화시켰다. 완벽한 수작업인 그의 작품들은 무대제작과 비슷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라 하겠다.


어린아이의 상상의 위력은 어떻게 기억과 현실의 이미지를 비이성적이고 뜻밖의 표현과 인상으로 바꾸는가에 있다. 아이들의 판타지는 어른의 관습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으로부터 나온다. 사진으로 이러한 판타지를 재구성하고자 하는 도전은 실재 생활에서 아버지가 되려는 작가의 그것을 반영한다. 작가 앞에서 노는 아이의 무한한 상상력에 작가가 감동받았을 것이다. 이것은 아이는 상상계의 “신화적 존재”라고 말한 크리스테바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더 이해되기 쉽다. 작가를 위해 연극하는 청소년들은 어린이들의 드로잉 속의 어른의 모습을 취하게 됨으로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융합이 시각적으로 재현되는 것이다. 이 작품들은 순수한 어린이의 눈으로 어른의 이성의 세계를 응시하는 작품들이다. 리얼리티와 판타지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원더랜드〉속의 왜곡된 만화같은 세상은 우리의 가치와 믿음을 흔들어놓는다.



일상이 상상 속에서 나타날 때의 일상에 대한 해석을 향해

〈원더랜드〉에서 정연두가 선택한 어린이 드로잉 중에는 검은색 크레용으로 그려진 바지를 입은 두 명의 인물들이 손을 잡고 있는 드로잉이 있다. 꽃밭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다. 또한 한 작은 인물도 그려져 있다. 작가는 이 그림을 게이 커플의 결혼식으로 해석했다. 이 장면에서 검은색 정장을 한 여자들은 기뻐하며 축하하고 있고, 이 새로 결혼한 커플의 아이로 보이는 아기는 제단에 펼쳐진 하얀 카페트 위에 앉아있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드로잉에서의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와 일상을 되돌아보게 된다. 판타지와 현실사이의 경계를 혼란케하고 넘나드는 자유는 새롭고 자유로운 가치들을 만들어낸다. 1990년대 아시아에 살며 초기 세계화의 가치들에 종속되었던 작가들은 과거의 체계와 전통적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갑작스런 사회적 경제적 변화들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들은 결국 개인적인 경험과 상호작용 등을 통해서 세계를 이해하게 되었고, 사회를 향해 새로운 가치들을 제안하게 되었다. 정연두는 현대 생활의 다양성을 맛보았다. 세계화로 퍼진 서양식 생각과 동향과 다른 세계와의 근접성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경계와 사회적 관습과 역사에 대해 재고하게 된다. 또한 성과 인종에 대한 전통과 선입견을 버리게 한다. 정연두의 작품은 이러한 변화들을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다.


정연두는 그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을 주인공 역할을 맡기고, 매우 매력적인 방식으로 그들의 개성적인 존재들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어 그들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끌어내고 있다. 대도시 속에 잊혀진 사람들의 꿈을 발견하고 다루는 작가의 섬세한 방식에서 우리는 인식의 전율을 느끼게 된다. 이 꿈들은 우리 자신의 삶의 꿈인지도 모른다. 정연두의 작품 덕택에 사진은 우리의 꿈을 세상과 나누는 것을 가능케 하는 도구가 되었다.




[1] 보라매 댄스 홀이 있는 보라매 공원은 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한국의 군사정권 당시 군사 학교가 있던 곳이다. ‘보라매’는 ‘젊은 매’를 뜻하는 한국어로 한국 공군의 상징이고 냉전시대의 남아있는 몇 안되는 흔적 중 하나이다.
[2] 줄리아 크리스테바, 《청년기의 소설: 영혼의 새로운 병》, 뉴욕: 콜롬비아 대학 프레스, 1995, p. 136.
[3] 같은 책.

유키 카미야 (히로시마 시립 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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