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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아, 토탈미술관

출생

1973, 서울

장르

사진, 미디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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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_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4

혼합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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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아 : 관계 예찬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를 여행하는 서양인은 남녀 관계가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지도 않고, 감정을 발산하지도 않는다. 공공 장소에서 키스를 하지도 않으며, 은밀히 주고받는 미소도 거의 없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 표현에 대한 일종의 금기가 얼마 전까지 사회생활을 규제해왔다. 그러나 세계화의 도래, 사람과 문화 교류의 가속화와 소셜네트워크 같은 인터넷을 통한 소통수단의 발달은 금기의 문화를 극복해냈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세계의 모습은 달라졌고 예술계는 크게 확장되었으며, 예술가들은 여전히 그 누구보다 먼저 미래를 꿰뚫어보고 예고한다. 젊은 예술평론가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는 1998년에 출간된 자신의 에세이 ‘관계의 미학 Esthetique relationnelle’에서 우리 시대를 가로지르는 상호작용에 대한 강박관념이 무엇인지를 조명하려 애썼다. 그는 인간상호성과 만남, 근접성과 소셜 포맷팅에 대한 저항에 기초한 관계 사회를 에세이의 서론으로 예감하듯 기술했다.
1990년대 말, 세계가 전환되는 시점에 모습을 드러낸 장지아의 작품세계는 그러한 정세와 그러한 고찰과 일맥상통한다. 동일성(identite)과 이질성(alterite), 이 두 가지 문제 제기에 등을 기대고 있는 장지아의 작품은 예술가 특히 여성예술가의 위상과 기능을 살피고 퍼포먼스 아트와 비디오, 사진술 같은 조형적 수단들을 활용하면서, 시대를 뒤흔드는 관심사들을 정확하게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무례함과 임계거리를 동시에 지닌 무언가가 장지아의 독창적 방식 속에서 작동하고 있으며, 장지아는 그녀가 고안해낸 상황들의 폭력성의 반대쪽에서 그것을 사면으로 보호하고 있다. <예술가가 되기 위한 신체적 조건 Physical condition for being an artist>은 장지아의 2000년 비디오 작품으로, 자신의 반신을 드러내고 계란 세례를 받고 따귀를 맞는 폭력을 영상에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그녀는 크게 웃음짓고 있어, 이 비디오는 그녀의 기개를 의미심장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녀는 여기서, 그녀가 달리 행동하지 않을 타자에 대해 한 집단의 승리를 상징하고자 했던 것 같다. 시련 뒤에 지은 빈정거리는 웃음이 이를 명백히 드러내는 증거이다.
타자에게 말을 걸어 그의 지각적 습관들을 좌절시키고 더 나아가 불완전한 미적 안락의 타성 속에서 그를 도발하는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정지아는 외설적 언행을 예찬하는 모든 종류의 소희극(Saynete)을 상상해낸다. 알몸으로 서서 오줌 누는 여인들을 연출한 작품 (2006 년 作)의 사진과 비디오들도 맥락을 같이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두 개의 성을 구분하는 경계선을 문제 삼는다. 다른 작품에서는 오줌을 소재로 활용하여 심지어 시적 영역을 표명한 작품활동을 보여준다. <피 트리(Pee-tree)> (2007년 作)와 (2007년 作)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피 트리(Pee-tree)>는 메탈로 만든 커다란 나무 가지들에 구슬들이 매달려 있고 그 구슬 안에 오줌이 들어있는 형태의 조형물로, 그 그림자는 빛의 투사를 통해 공간을 몽환적으로 변형시킨다. (2007년 作) 시리즈는 거울이나 가죽 스트링 같은 오브제들에 소금을 고착시키고 오줌을 섞은 픽서를 이용해 인화한 작품이다.
작품 전체를 놓고 보면, 장지아는 매 작품마다 연금술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듯하다. 장지아는, 일전에 장 위베르 마르텡(Jean Hubert Martin)이 이 같은 예술계의 새 시대를 통찰하며 1989년에 기획한 '지구의 마술사들 Magiciens de la Terre' 전시의 우수 여성예술가 카테고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장지아의 작품은 세계의 본 모습과 그 세계의 모든 결점과 잔혹 행위들을 통해 반향을 일으키는 예술 형식을 구상하고, 특히 플럭서스(Fluxus)의 중심 인물인 로베르 필리우(Robert Filliou)가 말한 것처럼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기에 삶을 변화시키려 하는 세력권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할만 하다. 그래서 장지아의 작품 속에는 필수적이고 근원적인 방식에 대한 문제가 다뤄지고 있고 신체는 그 중요한 매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만약 그녀의 작품에서 페미니스트의 의미심장한 터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다면, 장지아는 더도 덜도 아닌 남성예술가가 남성 우월주의자인만큼만 페미니스트라는 점을 밝혀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문제는 단어와 문화, 규범에 관한 것이다. 문제는 관행에 관한 것이다. 모든 장벽,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삶과 예술 사이에 놓인 그 장벽을 허무는 것, 그것이 그녀 작품의 동력인 듯하다. 그녀가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식은 솔직히 아무래도 좋다.

필립 피게 (미술비평,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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