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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노순택, 토탈미술관

출생

1971, 대한민국 서울

장르

사진

홈페이지

sunta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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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이토록 숭고한 징그러움_정현미 기획
참여작가
노순택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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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이토록 숭고한 징그러움>이란 전시 제목은 언뜻 살갑고 따뜻한 자연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처럼 다가온다. 그동안 노순택의 사진작업들을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의아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노순택은 잘 알려져 있듯 지금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조리한 역사와 그 이면을 드러내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작업들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는 한국분단, 정치적 상황, 불편한 진실들이 담겨져 있고, 그는 종종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만 규정되곤 한다. 그러나 노순택의 사진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의 사진이 일반 다큐멘터리 사진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들과는 달리 그는 사진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오히려 관객에게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식의 물음을 던지는데 더욱 집중한다. 때문에 관객의 사진 읽기는 좀 더 복잡하고 다양해질 수 있다. 또한 사진 속 상황은 단번에 읽혀지지 않는다. <메가바이트 산성의 비밀> 시리즈 속 인물들은 마치 무더운 여름 장마에도 색색의 비옷을 맞춰 입고 신나게 야외 공연을 즐기는 모습 같기도 하지만, 시위현장에서 물대포를 피하는 장면이고, <얄읏한 공> 시리즈의 어떤 사진은 휘엉청 밝은 보름달을 담은 전형적인 풍경사진 같지만, 그 달처럼 보였던 것은 레이돔이라는 교신장치이다. 이처럼 그의 사진은 첫인상은 실제 사실과는 꽤 다르다. 그동안 노순택의 작품은 시리즈 별로 전시되었었다. 그러나 본 전시에서는 그의 많은 시리즈들을 넘나들며 그가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풍경’에 대한 시선을 담고자 한다. 비록 그 배후는 분단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아픔에서 기인하고, 그 현상은 아름답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토록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는 어쩌면 반어적인 몸짓으로 읽힐 수도 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작가의 시선을 통해서 다양한 한국현대사회의 풍경들은 우리가 보듬어 안고, 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실임은 분명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우리사회의 현실을 좀 더 직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나아가 시위현장의 사진작가라고만 종종 오해되는 노순택의 사진의 다양한 이면들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풍경, 이토록 숭고한 징그러움

해가 저무는 시간, 낮에 소비했던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 많은 것은 휴식을 취한다. 그 시간, 자동차 한 대가 배를 드러낸 채 영면하듯 누워있다. 수의처럼 자동차에 내려 앉은 하얀 눈은 자동차로부터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사진 속 붉은 석양과 하얀 눈, 그리고 죽은 듯이 뒤집힌 채 누워 있는 자동차의 모습은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도 사람을 태우고 달렸을 것 같은 이 자동차는 왜 이런 모습으로 누워 있는 것일까.

2010년 11월 연평도에서는 포격사건이 있었다. 북한이 연평도에 해안포와 곡사포로 추정되는 포탄 100여 발을 발사하여 인명피해를 냈다. 연평도에 주둔하고 있던 해병대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주민 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했다. 군 시설 및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어 연평도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연평도의 포격은 남한사회 전체에 전쟁의 공포와 풍경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과 그 외 의원들은 보온병을 폭탄으로 오인하는 촌극을 벌였다. 바로 이 사건으로부터 세 점의 분절된 자동차 사진과 불에 탄 두 개의 보온병, 그리고 작업노트로 구성된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라는 이 사진작업이 시작되었다. 노순택은 이러한 진풍경이 한국정부의 국가안보 의식이라 비틀어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낭만적으로 보였던 이 사진은 실제 이렇게 한심하고 끔찍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노순택의 사진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의 사진이 끔찍하고 처절한 현실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사진 속 풍경은 평범한 일상을 닮아있고, 때로는 아름답기 까지 하다. 그래서 관람자는 긴장을 풀고 사진에 더 쉽게 다가가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무심히 바라보던 시선 안으로 한국사회의 특수한 풍경이 들어오게 되고, 어떻게 이러한 상황, 다시 말해 이러한 풍경들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가능한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물음을 제기하게 된다. 물론 사람들은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각기 다르게 그 상황을 바라보고 해석하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사회를 두고 쉽게 옳다거나 그르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노순택의 사진 역시 작가의 입장이나 판단을 강요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가 단순한 풍경사진이기 이전에, 우리사회에서 전쟁이란 무엇이며, 분단의 기재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도록 하는 것처럼, 우리 앞에 펼쳐진 한국사회가 오작동 하고 있는 빈 틈을 드러내 보여준다. 이어지는 질문과 상황에 대한 판단의 관람자의 몫으로 남는다.

[풍경, 이토록 숭고한 징그러움] 전시는 일상적인 삶의 모습처럼 보이는 목가적 풍경 속으로 스며들어온 레이돔을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추적한 [얄읏한 공], 애국심으로 포장된 자본의 욕망을 담은 [좋은, 살인], 북한과 남한은 사실 서로를 비추는 거울일 수 밖에 없음을 발견하게 되는 [붉은 틀]등과 같은 시리즈에서 선별된 사진들로 이루어졌다. 비록 사진은 일반적인 풍경사진처럼 보일 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한반도의 ‘분단’이라는 문제의식이 뿌리깊게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노순택은 어떤 대상을 직접적으로 옹호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며, 어떤 특정 부류에 대한 감정이입이나 차별적인 감수성을 야단스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 대신 관조적이며 담담한 시선으로 사진 속 풍경들을 바라 본다. 바로 이런 그의 시선이 바로 우리로 하여금 사진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 하고, 그 풍경이 만들어진 이면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때문에 그의 사진 앞에 서면 늘 긴장하게 된다.

풍경! 노순택에게 풍경은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일상이라고 여겨 무심코 지나쳤던 한국사회의 특수한 상황,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풍경이다. 때론 냉소적으로 보이기 까지 하는 그의 거리두기의 시선은 어쩌면 지금 보다 조금 더 나아진 한국사회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징글징글한 우리사회를 들춰내는 그의 사진 앞에서 숭고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정현미(토탈미술관 에듀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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