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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s Lux Mea_정효섭 기획

참여작가

이문호

미술관

토탈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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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에 평생 갇혀 지낸 죄수들은 동굴 바깥에서 스며드는 태양에 비친 그림자의 형상을 참으로 믿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무언가가 동굴 앞을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에 휙 사라지고 마는 그림자의 형상을 복기하는 것이었다. 또한 그들에게 있어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실체들은 오히려 허상과 같았고, 그림자 본연의 대상이 있다는 것은 도통 분간하기 어려운 망상에 가까웠다. 이와 같이 플라톤이 동굴을 예로 들어 빛의 세계로 사람들을 이끌어내고자 했던 것처럼, 이문호 작가는 눈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구심 없이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마는 사람들의 시각적 편견을 지적한다. 작가가 구현하는 장면들은 단순 시각적인 오류와 왜곡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적, 사회적인 맥락과 접목하여 보다 폭 넓은 관점을 조망하고 있다. 작가의 세밀한 솜씨를 기반으로 제작된 정교한 목업(mock-up)과 이를 촬영한 사진에는 이미 몇 단계의 왜곡이 숨어 있다. 사람의 눈을 기계로 구현한 카메라는 실체를 담아내려는 유리그릇과 같고, 사진은 그릇의 표면에 비춰 지는 형상과 같다. 즉, 사진은 동굴 벽을 스치는 그림자처럼 실체를 온전히 베껴내지 못한다. 또한 본래의 목적부터 실체의 형상을 탐구하기 위해 제작하는 목업은 흉내를 내며 조롱한다(mock)는 어원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작가는 촬영된 사진과 제작한 목업을 함께 병치하여 보여줌으로써 이데아적인 환상보다는 그 일련의 작업 과정 속에서 교차하는 시각의 오류에 초점을 둔다. 작가는 계속해서 우리들에게 시각적 오류를 제안한다. 그가 만든 목업은 카메라의 광각 렌즈의 굴절에 맞추어 나선으로 왜곡되어 있거나, 거울 속에 새로운 공간을 비춰내는 등으로 계속해서 보는 이들의 의심을 유도한다. 또한 의당 그래야만 한다는 맹목적인 시각의 편견에 따라 작가는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심리적 요소를 표현하거나(Indexfobia), 주변을 둘러싼 물리적인 환경과 공간에 대해 물음을 제기하기도 한다(Innverview). 이처럼 본다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의심에서 출발하는 작가의 작업은 일반화된 잣대들을 내려놓는 단초로 작용한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 목업과 사진에 부여한 교묘한 장치들은 시각적 유희를 제공함과 동시에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지, 나아가 동굴 밖에 있는 물체가 동굴에 맺힌 그림자보다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의 꼬리를 이어가게 한다. 그의 작업 'Space of catharsis'처럼, 우리에게 주어지는 실체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쫓아가다 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빛을 좇을 것인지, 아니면 낯익은 환상에 안주할 것인지는 우리들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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