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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 서호미술관

출생

1976, 경기도

장르

회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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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cene_Oneness with The Natural I, 2015

장지에 수묵채색, 70 X 7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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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회화적 표현을 감지할 수 있는 형이상학

박상미의 작품은 한국화적 바탕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구적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묘한 속성을 드러낸다. 아마도 그것은 작가가 수묵 드로잉을 유지하면서도 전통적 한국화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원색에 가까운 강렬하고 선명한 색감과 대담한 구도를 과감하게 도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성격의 작품이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가를 알아보려면 박상미가 미술학교에서 조형훈련을 받고나서 작가로서 활동해오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변화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박상미가 자신의 작품 자체를 통해서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 온 궤적을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
박상미는 원래 수묵추상 계열의 작품을 통해 화면에 상징성과 심리적 긴장감을 담아내는 작품으로 초기의 작업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을 하면서도 작가는 형이상학적 관념 자체를 천착하는 작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대상으로서 식물, 혹은 더 나아가 나무라는 생명체를 화두로 하여 자아와 대상 사이의 소통에 중심을 두고 보다 현실적인 사를 유지하는 작업을 전개시켜왔다. 박상미의 초기의 작업은 수없이 많은 검은 먹선이 수직으로 그어 내려간 화면에 점증법(gradation)적 변주를 가하여 형성되는 도시적이고 지적인 수묵 표현을 위주로 하는 조형어법을 구사하면서 그 안에서 도시 속의 생명체인 나무의 존재를 담아내는 형식의 작업이었다.
이러한 수묵 위주의 추상적 작업이 오늘날의 박상미의 작업으로 전이되는 중간 과정에는 작품 속에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성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개입되고 표현 방식에 있어서도 색채가 도입된다거나 거울과 같은 오브제가 작품의 일부로 투입됨으로써 자연과 자아 사이의 소통에 있어서 의식과 공간을 확장하고 스스로의 내면을 비추는 형식으로 드러내보이는 모놀로그적인 자아표현을 감지할 수 있다. 
혹자는 이러한 작품에서 나무들의 총체인 숲의 어두움이나 도시의 은유를 읽어내며 자연과 작가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관계를 탐지하기도 한다. 실제로 작가가 이러한 교감과 소통을 지향한다는 것은 2005년에 열린 <Space - Color of Mine>전에서 작가 스스로가 밝히고 있다. 여기서는 숲으로 상징되는 공간에서 소통을 지향하는 의지와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고자하는 희망, 그리고 그 속에서 조심스럽게 색채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아가는 출발점에 서는 예술가의 입장 등이 언술되기도 하였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작가의 이러한 생각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조형적 형식을 채택하여 제작된 것들이다. 즉 작가가 선택하고 있는 모티브는 작가 자신의 물리적, 정신적 동선이 만들어내는 범위 안에서 형성되는 공간이요 그 공간 안에 표현된 모티브와 조형요소는 작가의 경험이며 희망이자, 때로는 작가의 생각과 의지로 연출된 공간인데, 그 안에서 작가는 자연과 대상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사유와 회의, 그리고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과, 혹은 관람객과, 소통하는 시각적 지형을 구현하는 것이다.
스무 점 정도의 작품들은 화분에 심은 식물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한 장면부터 먼 곳에서 바라본 평범한 풍경과 인공적 구조물에 다소 부자연스럽게 개입시킨 식물을 표현한 작품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 가운데 <scene-theirplace>나 <beyond scene>과 같은 작품들은 멀리서 바라본 주택들의 모습인데 밝고 선명한 원색조의 지붕이나 담벼락과 대조적으로 건물들 사이사이에 자라나고 있는 나무들은 먹색의 실루엣 형태로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한 화면 안에서 사실적 장면과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장면을 동시에 교차경험하게 해준다.
<정지된 풍경>에서도 이렇게 먹색의 나무들과 원색의 집, 그리고 원경의 단색조로 표현된 먼 산이나 하늘 등이 대조를 이룬다. 작가는 이러한 먹색의 식물을 통해 익명성을 유지하는 작가 자신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으며 상대적으로 화려하게 표현된 주변의 색채와 형태는 진열된(put on show), 즉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드러내 보여주는 작가의 주변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박상미의 작품이 첫 눈에 유채색과 무채색의 공존이며 색면의 대담한 구획으로 이루어진 듯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관찰해보면 작가는 식물의 잎과 줄기의 표현이나 화분의 측면, 그리고 실내 구조물의 바닥 등에 동일계열의 색상을 반복적으로 적용하면서 그리기 작업에 몰두한 흔적을 남기며 자신이 창조해내는 공간에 대한 은유와 연상을 통해 관람객과 작가와의 의식적 공명을 유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박상미가 화분에 담거나 마당에 심어진 형태로 제시하는 식물들은 대부분이 엽록소를 추출할 수 있을 것 같은 싱싱함과 청량감을 결여하고 있다. 작가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오는 여러 형태의 줄기와 잎의 모양을 다개체(多個體)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표현을 통하여 현대사회의 인간에게서 발견하는 다중성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는 작가의 언술이 이러한 표현의 배경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박상미의 작품은 시각적 이미지로 읽을 때에는 먹색과 화려한 채색이 공존하는 동서양 회화의 미묘한 조형적 조합을 경험하게 해주고, 작품 속에 은유적으로 등장하는 개체와 공간을 심리적으로 해석할 때에는 현실의 재현을 넘어 초현실적인 심리의 상황을 읽을 수 있는 작가의 형이상학적 관심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두 가지 행로(行路)에서 작가는 기꺼이 관람자인 우리의 선택을 허락하는 듯하다.

하계훈(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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