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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탐방기

2017-09-25 l 조회 2030


현장메모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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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로 공원(Giardini di Castello) 앞 베니스 비엔날레 패널


  올해가 유럽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2017년은 10년에 한 번  개최되는 독일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5년에 한 번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 그리고  2년에 한 번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마음만 먹으면) 다 볼 수 있는 해이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5월 초부터 미술관련 잡지에는 관련된 각종 투어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고, 포털 사이트의 유명한 유럽 여행 카페에는 이 세 전시를 보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여행 루트를 묻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나 역시 짧은 기간일지라도 그 곳에 있는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관찰하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내서 방문을 해보았다. 

  베니스 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는 1895년에 시작돼 올해 57회를 맞이했고, 5월 13일에 시작하여 11월 26일까지 계속된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카스텔로 공원(Giardini di Castello)과 아르세날레(Arsenale) 이 두 곳에서 진행되는데, 카스텔로 공원은 주로 ‘지아르디니 Giardini’라고 줄여서도 부르며, 중앙 전시관과 30개 국가의 개별 국가관이 모여 있다. 아르세날레에도 중앙 전시관과 23개의 국가관이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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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르디니 매표소


  지아르디니와 아르세날레 둘 중 무엇을 먼저 봐야 한다는 룰은 없지만, 지아르디니가 아르세날레 보다는 찾기 조금 수월하므로 지아르디니를 먼저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산 마르코 광장에서는 아르세날레가 조금 더 가깝긴 하다.) 

  전시는 오전10시에 오픈해서 오후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일반 티켓은 25유로, 48시간동안 볼 수 있는 티켓은 30유로다. 일반 티켓이라고 해도, 하루에 지아르디니와 아르세날레 두 곳을 다 가야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오늘 지아르디니에 가서 전시를 보고 왔다면 아르세날레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끝나기 전까지만 가면 되므로, 하루 동안 다 봐야한다는 조급함은 가지지 않아도 된다. 다만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의 양이 각각 하루, 총 이틀 동안 볼 수 있는 규모가 아니어서, 48시간짜리를 구매해서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48시간짜리를 구매하려면 여권이 필요하므로 꼭 지참해서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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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르디니 중앙전시관


  이번 비엔날레는 크리스틴 마셀(Christine Macel) 총감독의 지휘 아래 ‘예술 만세, 만세(Viva Arte Viva)’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마셀 총감독은 전시 서문에 전 세계적으로 특별히 ‘휴머니즘’이라는 측면이 위험에 빠져 있는 이 상황에서 ‘예술’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았으며, 예술가의 역할, 그들의 목소리 및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번 비엔날레에서 아티스트들은 ‘비엔날레의 주제’에 해당하는 ‘작품’을 내놓는 대신 자신이 내놓은 형식, 질문하는 내용, 자신이 개발하거나 선택한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그 과정을 관람객들에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예술이 지니는 보편성이 어떻게 개인적인 관심을 넘어서서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며, 개인주의와 무관심에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전시로 풀어가고자 했다. 

  지아르디니에 들어서면 가장 정면에 중앙전시관(Central Pavilion)이 보이며, 샘 길리암(Sam Gilliam)의 이브 클랭 블루(Yves Klein Blue)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중앙전시관으로 가는 길목 왼편에는 스페인, 벨기에, 네덜란드 국가관이 위치해있고, 나머지 국가관들은 중앙전시관 오른쪽으로 넓게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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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캐스퍼(Dawn Kasper), The Sun, The Moon, and The Stars(2017), 퍼포먼스를 위한 혼합 매체, 장소 특정적 설치


  중앙전시관의 시작은 Pavilion of Artists and Books이다. Mladen Stilinovic의 작업을 시작으로 Dawn Kasper의 ‘작업실’에 관람객은 들어가게 된다. 캐스퍼의 작업이 흥미로운데, 이는 그녀의 ‘작업실’ 자체가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작업실은 ‘노마딕 스튜디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2008년 작가가 더 이상 작업실의 임대료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노마딕 스튜디오’라는 개념을 창조했고, 자신의 작업이 전시되는 공간에 거주하기 시작했다. 캐스퍼가 머무르는 전시 공간(즉, 그녀의 작업실)마다 그녀는 자신의 작업실에 있을 것들을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자신의 그림, 사진들, 악기, 옷, 화장품들을 말이다. 

  자신의 작업실을 오가는 관람객들과 함께, 작가는 살아있는 조각이 된다. 그 공간에서 그녀는 작업을 하고, 글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며, 질문을 던지는 관람객과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틀었던 피아노 연주에 흥미를 느껴 말을 걸었는데, 흔쾌히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관람객들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캐스퍼의 이 작업이 ‘과정’을 보여주겠다는 이번 비엔날레의 포문을 열기에 가장 좋은 시작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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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둘라 알 사디(Abdullah al Saadi), Al Saadi’s Diaries, 2016, 각각 메탈 박스 안에 보관-캔버스 위에 흑연 


  또 시선을 끈 작가는 압둘라 알 사디(Abdullah al Saadi)의 작업이었다. 1986년부터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는 그의 연대기는 약 150권의 노트북으로 이루어져있으며, 그 노트에는 여행 일기, 예술 프로젝트, 스케치, 명상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축적됨’과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두 개의 파빌리온, 총 36명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고 나면 이제 국가관을 볼 차례다. 30개의 국가관을 볼 수 있는데(관 자체는 29개,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붙어있다), 내가 베니스 비엔날레에 온 목적은 다른 어떤 곳보다 한국관 때문이었으므로, 바로 한국관으로 향했다.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후기(後記)가 있어서 조금 걱정했지만 티켓을 살 때 받은 리플릿 속의 지도가 꽤 명확했고, 이번 한국관의 외관이 제법 화려하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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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최, Venetian Rhapsody – The Power of Bluff, 2016-2017, 네온, LED, 철, 캔버스, PVC


  한국관을 통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처음 알게 되는 사람 같은 시선으로 이번 전시를 보고 싶었다. 그래야 객관적으로 이 전시를 보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베니스 자체가 처음이었고, 한국관을 방문한다는 것은 더더욱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대형, 코디최, 이완 이 세 명의 이름과 한국관의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코디최의 네온사인 ‘베네치아 랩소디’, 그리고 ‘균형(counterbalance)’이라는 주제를 듣는 순간 떠올랐던 이완 작가의 The Possibility of impossible things 같은 작품이 있지 않을까 정도로 추측만 했을 뿐, 여타 다른 정보는 알아보지 않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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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etian Rhapsody 외관(디테일)


  객관적이고 싶었던 내 마음은 들어가자마자 여러 신문들을 아카이빙한 작품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가장 먼저 보였던 신문들의 1면은 세월호, 촛불시위, 탄핵 등 한국 사회의 민낯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들이었고 이것이 ‘작품’으로 전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설치물은 Mr.K 라는 제목으로, 작가가 벼룩시장에서 우연하게 구입한 김기문씨의 잡다한 유품 및 1,400여점이 넘는 사진들이 김기문씨의 역사로 진열되는 동시에, 그것과 뒤섞인 한국 근대사를 추적하고 재구성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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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Mr.K(2017) 


  작가의 또 다른 작품 Proper Time은 전시장 안에 따로 설치된 공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공간의 벽면에는 약 600여개의 시계가 걸려있는데, 이완 작가가 온오프라인으로 인터뷰한 사람들의 이름, 출생년도, 국적, 직업이 시계에 새겨져있다. 각 시계는 인터뷰한 개인이 한 끼 식사 값을 벌기 위해 일해야 하는 시간의 차이만큼 각기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그들의 인터뷰 내용이 벽면에서 흘러나온다. 저마다의 속도로 바쁘게 움직이는 초침들을 뒤로하고 가만히 서서 그 인터뷰를 듣고 있으면 이런 ‘개개인의 삶’이 모여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Mr.K부터 코디최, 그리고 이완까지 총 세 명을 세 시대로 나누고 또 이어 ‘Counterbalance: The Stone and the Mountain’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속한 시대의 작품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가 컸기에 이완 작가의 작품들이 좀 더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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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고유시(Proper Time), 2017, 가운데 조각 작품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For a Better Tomorrow), 2017


  한국관 이외에 인상에 남았던 국가관들은 일본관과 프랑스관이었다. 일본관은 ‘Turned Upside Down, It’s a Forest’라는 제목으로 타카히로 이와사키(Takahiro Iwasaki)의 개인전이 전시되고 있었다.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계속 작업하고 있는 이와사키는 원자폭탄 투하 이후 재건되고 있는 히로시마로 관람객들을 초대하는 듯하다. 널 부러져 있는 것 같은 옷더미들 사이로 얇은 실로 만든 송전탑들의 모습이 보이고, 다른 한 편에는 테이블 위에 책들이 쌓아져 있는데, 책갈피가 있어야 할 위치에는 공사장 현장에서 보이는 탑과 크레인의 모습이 있다. 원자폭탄 이후, 히로시마의 삶이 어땠을지, 어떤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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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히로 이와사키, Out of Disorder(Mountains and Sea), 2017, 천, 수건, 헝겊, 잉크,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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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히로 이와사키, Tectonic Model(Flow), 2017, 책, 테이블, 138 x 130cm

 
  Reflection Model이라는 제목의 조각 작품은 좀 다른 맥락 같다. ‘물에 비치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 위와 아래가 동일한 형태로 조각이 되어있는데, 사진으로만 보면 정말 물이 하단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크기가 작든 크든, 그 정교함이 ‘일본스럽다.’라고 밖에는 표현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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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히로 이와사키, Reflection Model(Ship of Theseus), 2017, 일본 노송, 합판, 철사


  프랑스관에서는, 프랑스 조각가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han)의 ‘스튜디오 베네치아’라는 작업을 선보였다. 프랑스관을 음악 스튜디오로 개조한 이 프로젝트는 프랑스 국가관을 ‘공연’이 펼쳐지는 일종의 ‘무대’로 탈바꿈시켰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기간 동안 100여명이 넘는 뮤지션들이 이 공간에서 작곡을 하거나 공연을 펼치는데, 매일매일 달라지는 연주 때문에, 오직 그 날, 그 순간,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연주들은 내 삶을 매일매일 스쳐지나가는 ‘찰나’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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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의 ‘스튜디오 베네치아’ 공연 모습


  여섯시까지 꽉꽉 채워 지아르디니의 관람을 끝내고 다음날 아르세날레를 찾았다. 베니스는 워낙 작은 골목들로 이루어진 도시라, 길치인 나에겐 너무 힘겨운 곳이었다. 베니스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친절하게 설명은 해주지만 마치 시골에서 할머니들이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나와’ 식이었기 때문에, 구글 맵 내비게이션이 없었다면 길 헤매다가 많은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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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세날레 전시관 입구


  베니스의 골목길에 익숙해졌다 싶었음에도, 찾아가는데 애먹었던 아르세날레는 옛 조선소와 무기 제작소 건물들을 개조 및 복원하여 전시관으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가로로 길게 되어 있어서 원하는 작품을 찾아다니기에, 그리고 한꺼번에 많은 작품들을 보기에 수월했다. (상대적으로 지아르디니는 정사각형 모양으로도 볼 수 있는 구조에, 그 안에도 여러 공간으로 구획되어있었기에, 원하는 작품을 ‘찾아’ 다니기에는 쉽지 않았다.) 

  아르세날레는 비엔날레 특별전이라고도 불리는데, 60개 나라의 12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작품들을 선보인다. Pavilion of the Common, Pavilion of the Earth, Pavilion of Traditions, Pavilion of Shamans, Dionysian Pavilion, Pavilion of Colors, 그리고 Pavilion of Time and Infinity 이렇게 총 7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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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밍웨이(Lee Mingwei), The Mending Project, 2017


  아르세날레 입구에서부터 순차적으로 가다보면 마지막 테마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이곳 입구에서도 눈길을 끄는 작품은 관객 참여가 결합된 Lee Mingwei의 The Mending Project다. Pavilion of the Common에 속한 이 작업은, 벽면에 예쁘게 놓인 형형색색의 실타래로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각각의 실타래에서 나온 실들은 전시장 가운데에 위치한 긴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옷가지들과 연결되어있다. 테이블의 끝에는 작가 혹은 그의 자원봉사자들 중 한 명이 전시가 오픈하는 시간 동안 앉아 있으면서 관람객과 소통하는데, 그 소통은 ‘수선’을 통해서다. 관람객들은 손상된 의복이나 천 등을 가져오거나,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그 사람에게 맡긴다. 그러면 퍼포머가 그것들을 수선한 후 긴 테이블 끝에 있는 다른 옷가지들과 함께 쌓아 놓는데, 이것은 관람객의 의지에 달려있다. 가져가고 싶으면 다시 가져가도 된다. 그의 Mending Project는 관람객과 함께 Mingle 하는 프로젝트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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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 시대의 도구와 현대인의 도구를 비교한 시마부쿠 코너.


  Pavilion of the Earth에서는 시마부쿠(SHIMABUKU)의 작품이 흥미롭다. Sharpening a MackBook Air라는 영상에서 작가는 맥북에어의 한 면을 날카롭게 간다. 원시시대 때에는 돌이 ‘도구’의 역할을 했다면 현재는 그러한 ‘기계’들이 현대인들의 ‘도구’로 이루어져있음을 풍자한다. 차분히 갈리는 맥북에어의 한 면은 결국엔 사과를 자를 수 있을 만큼 날카롭고, 영상은 맥북에어로 사과를 ‘자르는 것’으로 종료된다. 그리고 그 영상 옆쪽에는 칼만큼 날카로워진 ‘맥북에어’가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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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되어 있는 맥북에어 칼(좌), 시마부쿠, Sharpening a MacBook Air, 2015, HD비디오, 컬러, 사운드, 2분05초(우)


  이수경 작가의 작품은 Pavilion of Tradition에 위치해 있으며 ‘신기한 나라의 아홉 용(Nine Dragons in Wonderland)’이라는 제목으로 400 x 201 x 190cm의 거대한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이 작품은 도자기 파편들로 이루어져있다. 한국 도자기의 파편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들은 장독대, 청자, 백자, 분청사기 등 다양한 재질과 용도의 것들의 조합이다. 이런 다양함이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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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신기한 나라의 아홉 용(Translated Vase Nine Dragons in Wonderland), 2017, 도자기 파편, 에폭시, 24K 금박, 400 x 201 x 19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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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나라의 아홉 용(디테일)
 

  Pavilion of Tradition에는 예술가들이 ‘과거’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수경 작가 말고도 프랜시스 업리차드(Francis Upritchard)의 작품이 인상 깊었는데, 동물과 사람의 몸을 섞어 하이브리드적으로 표현된 인형들의 모습이 괴기스러우면서도 지나가던 관람객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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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업리차드의 작품. 


  베니스 방문에 앞서 들른 독일에서는 작품들이 한 곳에 몰려 있다기보다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어, ‘그 곳’에 가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해, 생각보다 많은 작품들을 감상하지 못했던 터라, 베니스에서는 한 작품도 놓치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하나씩 체크하면서 봤더니 막판에는 퉁퉁 부어버린 다리와 함께 머리도 폭발할 것 같았다. 역시나 이틀 동안 베니스 비엔날레를 정복하기는 무리였다. 아르세날레에서 국가관은 거의 보지 못했는데도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겨우 빠져나왔으니. 흥미 있는 전시 주제였고, 전반적으로 중앙 전시관과 국가관 모두 그 주제에 맞게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곳에 전시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이렇게 표현하는 작가들은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국내에서 묵묵히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이 해외에 더 많이 소개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개인적으로 예술이 예술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고고한 아름다움을 홀로 가지고 유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 들어와 같이 호흡하며 지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주제 속에 펼쳐진 작품들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전 세계적으로 열리는 여러 ‘비엔날레’의 시초이기 때문에 모든 비엔날레들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그 비엔날레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즐거웠고, 특별히 네 명의 한국 작가(이수경, 이완, 코디최, 김성환)의 작품을 베니스에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2년 후에는 이틀 동안 베니스 비엔날레를 정복하겠다는 허무맹랑한 계획은 잡지 않을 것이며, 여권을 꼭 챙겨 48시간짜리 티켓을 끊어 다리도, 머리도 편안하게 감상해야겠다.


글 ‧ 사진=Korean Artist Project 팀 김명희
2017. 10. 11 ⓒKorean Artist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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