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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탐험(新作 探險) (2) 김승영의 ‘노크’

2017-08-28 l 조회 988

신작 탐험(新作 探險)

(2) 김승영의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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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s of Bars, 2016, 벽돌에 도색, 248 x 397 x 24cm


  예술가 가운데 작품의 의도를 설명하며 감상의 가이드를 제시해주는 작가들이 있는가하면 어떤 작가들은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작품과의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들이 있다. 이번 뉴스레터에 소개하는 김승영 작가는 후자에 속한다. 

  개인전 소식을 접하고 신작 소개를 부탁했을 때 김승영 작가는 작가가 자기 작품 한 점에 대해 설명을 한다는 것이 무척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승영 작가는 생성과 소멸, 기억과 소통, 치유와 성찰 등을 주제로 명상적인 설치작품을 이어온 작가다. 명상이란 것이 매우 주관적인 것인 만큼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감상을 폭을 좁힐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우려였다. 그래서 이번 신작 탐험에서는 한 점의 작품을 소개하기 보다는 김승영 작가의 최근 작품 경향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신작탐험의 내용을 구성하고 작가와 상의 하에 그의 작품 세계의 흐름을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할 의도아래 ‘노크’로 제목을 정했다. 

  오랫동안 그의 전시에서는 벽돌 작업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황금 벽돌을 철창 안에 단정하게 쌓아올린 작업인 ‘Feelings of Bars’와 벽돌을 일부러 깨뜨리거나 흐트러지게 철창 안에 설치한 작품 ‘Reflection’이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이 두 점의 작품을 중심으로 최근 작가의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벽돌’ 작업에 대해 소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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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의 이름을 담은 영상 작품 ‘기억 1963~2001’, 2001, 싱글채널비디오설치, 5min, 330 x 510 x 250cm


  “벽돌 작업을 설명하기에 앞서 거슬러 올라가 ‘기억’ 작업부터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기억’ 작업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받은 사람들, 가령 가족에서부터 친구, 동료, 기자 등의 이름을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처럼 써내려간 작업이다. 다만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라면 이 작품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 처음에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찾아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점점 이름이 사라지고 관계 속에 남은 ‘감정’을 생각하게 되었다”  

  벽돌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다양한 단어들이 새겨져 있다. 사랑이나 감사 같은 단어에서부터 증오나 미움, 분노까지 감정의 한 부분이 아닌 감정 전체를 아우른다. 
 김승영 작가는 “어쩌면 우리는 익숙한 감정만 사용하고 그러다보니 그 익숙한 감정만 발달한 게 아닐까 싶다. 마치 오른 손잡이가 왼손 사용이 부자연스러운 것처럼 감정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에게 ‘사랑’은 너무 익숙한 감정이지만 어떤 이는 평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사랑’이란 단어를 꺼내지 않는다. 쓰지 않은 근육을 사용하는 것이 불편한 것처럼 쓰지 않은 감정을 드러내는 일도 편하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그 감정이 갖는 느낌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알랭 드 보통의「불안」이란 책을 보면서 어떻게 ‘불안’이란 하나의 감정에 그토록 다채로운 감정이 담겨 있을 수 있는지 깜짝 놀랐다.”고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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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s of Bars(디테일)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감정의 죄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만 하고, 잊어야만하고, 용서해야만 한다. 그것만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고 말한 루이스 브르주아의 말처럼 작업은 나와 타자와의 소통의 방식이자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수단이다.
나는 작품을 통해 삶 속에 스며있는 시간과 삶에 대한 사색- 일종의 희망, 두려움, 불안, 욕망, 불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유를 꿈꾼다.

  ‘Feelings of Bars’와 ‘Reflection’은 모두 작가가 이런 감정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바꾸어 말하면 ‘나는 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Feelings of Bars’는 감정의 무게감을 조용히 드러낸다. 귀하다고 여겨지는 황금빛으로 벽돌을 칠하고 거기에 감정들을 새긴 뒤 철창 안에 곱게 쌓아올렸다. 여기서 철창은 보는 이에 따라 감정을 가두어 두거나 감정을 보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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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끌어올려진 감정들이 설치된 ‘Reflection’, 2016, 글자가 새겨진 고벽돌, 물, 철, 모터장치, 가변크기


  ‘Feelings of Bars’가 감정을 소중히 쌓아둔 내용이라면 ‘Reflection’은 내면의 깊은 우물에서 감정을 끌어 올리는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이를테면 우물이 설치되어 있고 천장에 설치된 굵은 쇠사슬이 돌아가며 감정을 끌어올리는 모습에서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는 우물물이 연상되며 그것은 흔들리는 우리의 마음과 닮아있다. 또한 우리 마음 깊숙이에서 끌어올려진 감정들이 자유분방하게 쌓여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렇게 끌어올려지는 과정에서 어떤 감정들은 깨지거나 나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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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부분)
 

  두 개의 작품이 모두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표현 방식에 있어 전혀 다르기에 이번 신작 탐험에 어떤 작품 제목을 다룰지 작가에게 물었더니 뜻밖의 답을 해왔다. “‘노크’가 어떨까요?” 감정이란 결국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고 감정이란 내 마음을 똑똑 두드리는 것이니 두 작품을 아우르는 제목으로 ‘노크’가 좋겠다고 했다. 

Korean Artist Project 팀
2017. 9. 13. ⓒ Korean Artist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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