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Artist Project with Korean Art Museum
로그인  |  회원등록  |  English    Contact us

Webzine

Home > KAP 소개 > Webzine > EXHIBITION

큐레이터의 눈, VR전시 감상 팁 (6) 최재혁 사비나미술관 큐레이터

2016-06-15 l 조회 2150


큐레이터의 눈, VR전시 감상 팁
(6) 최재혁 사비나미술관 큐레이터 
 
강상우 개인전, ‘서성이던 이야기들’
 

vr6-1.jpg
강상우 작가의 개인전 ‘서성이던 이야기들.’ 실제 전시에서는 지양하는 자연광 채광과 학교 느낌이 나는 책상, 바닥 등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강상우 작가의 작품은 어딘지 모르게 친근하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나 똘이 장군처럼 어린 시절 봤던 동화나 만화 속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무데서나 엎드려 자는 숲속 미녀나 어딘가 우울한 표정의 캐릭터들처럼 어딘가 어색하다. 이처럼 강상우 작가는 자신이 유년시절 본 만화영화나 애니메이션, 동화, 위인전기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업한다. 하지만 그 캐릭터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면서 느꼈던 당시의 감정들을 시각화하는 작업들이다.
 
  전시를 기획한 최재혁 사비나미술관 큐레이터는 “요즘이야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보고 또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시대이지만, 작가의 유년기인 1980년대는 TV에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구조라 작가가 당시에 접했던 콘텐츠들을 이제와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고 또 현실에 맞지 않는 내용들이었다.”며 “가령 숲 속에 덩그러니 누워 자고 있는 미녀에게서 느낀 두려움, 마녀가 마술을 부리는 장면에서 느낀 공포감, 혹은 당시의 공상들이 현실화되어가는 것 등이 강상우 작가의 주요한 소재”라고 설명한다.
 
 
vr6-2.jpg
입체 작품은 작가의 의도를 드러낼 수 있는 각도를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이번 VR 전시는 강상우 작가의 머릿속에서 부유(浮遊)하던 유년시절의 기억, 생각, 감정 등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것들이란 의미에서 ‘서성이던 이야기들’이라고 명명(命名)했다. 전시에서는 그의 작품세계를 3개의 섹션으로 압축해 보여주고 있는데 첫 번째는 ‘판타지와 리얼리티’라는 주제로 유년시절이나 유학시절 마주했던 과거의 콘텐츠들에 대한 회상과 해석이 소개된다. 두 번째로는 명화에서 나오는 시각효과 원리를 이용해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똘이장군’ 시리즈가 소개된다.
 
  최재혁 큐레이터는 “강상우 개인전은 입체와 드로잉이 많은 전시라 고민을 많이 했는데,  특히 ‘마법망토’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같이 납작한 형태의 작품의 입체감을 표현하거나 ‘비극을 부르는 비’ 같은 작품은 벽에서 튀어나와 있게끔 보이게 하기 위해 애썼는데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라며 “대신 작품의 의도가 가장 잘 들어가는 각도에서 촬영했으니 실제로 감상할 기회가 있다면 그 각도를 잘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VR 전시라는 것이 입체 작품을 360도로 감상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기획자 입장에서 장점도 많은데, 가령 천장이나 바닥 재질, 벽면 같은 것을 제약 없이 작품에 맞게 꾸밀 수 있다는 점”이라며 “강상우 개인전 같은 경우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모티브로 한만큼 감상자들도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다. ‘해변에 있는 학교를 리모델링한 전시장’을 콘셉트로 잡고 삐거덕거리는 옛 초등학교 마룻바닥, 인위적인 조명이 아니라 천장을 유리로 해 자연채광이 들어오게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자연광은 시간에 따라 빛의 그림자가 변하거나 직사광선으로 인해 작품 훼손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 때문에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지양(止揚)하는 부분이다.

 
vr6-3.jpg
현재 사비나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강상우 작가의 ‘자기는 손오공’ 작품 설치 장면.
 
 
  한편 전시를 꾸리면서 작품과 VR의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했다는 게 최재혁 큐레이터의 얘기다. 이를테면 작가의 작품이 작가의 상상을 현실로 시각화하는 것이라면 VR은 반대로 현실의 것을 가상의 공간에 옮겨놓는 것이다. 작품이 정해진 3차원의 공간에서 작품 그 너머의 환상을 발견하는 것이라면 VR은 환상의 공간(가상공간)안에서 작품이라는 리얼리티를 마주하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현실과 환상이 교차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 가지 더, 최재혁 큐레이터는 이 전시를 꾸미면서 “작품은 작가가 작업실에서 제작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떠한 장소에서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진정으로 완성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vr6-4.jpg
관람객이 다가서면 손오공의 눈알이 돌아가는 ‘자기는 손오공 1’, 2016, 석분점토 위에 컬러콩테, 33 x 34 x 32cm
 

  한편 강상우 작가는 이번 VR 전시의 인연을 계기로 오는 7월10일까지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60sec ART> 展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초스피드 시대가 된 현시대의 시간성을 이야기해보는 전시로 강상우 작가는 1974년에 제작된 광고 영상을 모티브로 한 <자기는 손오공> 작업을 내놓았다. 낡은 브라운관에서는 ‘250만개 판매’라는 문구와 눈이 돌아가는 손오공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반복적으로 재생된다. 작가는 이 장면에서 판단력이 흐려진 현대 소비사회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 작품은 설치, 영상, 평면 회화로 구성됐다. <사진제공 사비나미술관> (02)736-4371
 
 

Korean Artist Project 팀
2016. 6. 24 ⓒKorean Artist Project
<글ㆍ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 금지>

 

 

목록

미투데이 다음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