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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노순택, 토탈미술관

출생

1971, 대한민국 서울

장르

사진

홈페이지

sunta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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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읏한 공 #05, 2004-2007

안료프린트, 80 x 11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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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이토록 숭고한 징그러움

해가 저무는 시간, 낮에 소비했던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 많은 것은 휴식을 취한다. 그 시간, 자동차 한 대가 배를 드러낸 채 영면하듯 누워있다. 수의처럼 자동차에 내려 앉은 하얀 눈은 자동차로부터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사진 속 붉은 석양과 하얀 눈, 그리고 죽은 듯이 뒤집힌 채 누워 있는 자동차의 모습은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도 사람을 태우고 달렸을 것 같은 이 자동차는 왜 이런 모습으로 누워 있는 것일까.

2010년 11월 연평도에서는 포격사건이 있었다. 북한이 연평도에 해안포와 곡사포로 추정되는 포탄 100여 발을 발사하여 인명피해를 냈다. 연평도에 주둔하고 있던 해병대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주민 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했다. 군 시설 및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어 연평도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연평도의 포격은 남한사회 전체에 전쟁의 공포와 풍경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과 그 외 의원들은 보온병을 폭탄으로 오인하는 촌극을 벌였다. 바로 이 사건으로부터 세 점의 분절된 자동차 사진과 불에 탄 두 개의 보온병, 그리고 작업노트로 구성된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라는 이 사진작업이 시작되었다. 노순택은 이러한 진풍경이 한국정부의 국가안보 의식이라 비틀어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낭만적으로 보였던 이 사진은 실제 이렇게 한심하고 끔찍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노순택의 사진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의 사진이 끔찍하고 처절한 현실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사진 속 풍경은 평범한 일상을 닮아있고, 때로는 아름답기 까지 하다. 그래서 관람자는 긴장을 풀고 사진에 더 쉽게 다가가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무심히 바라보던 시선 안으로 한국사회의 특수한 풍경이 들어오게 되고, 어떻게 이러한 상황, 다시 말해 이러한 풍경들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가능한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물음을 제기하게 된다. 물론 사람들은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각기 다르게 그 상황을 바라보고 해석하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사회를 두고 쉽게 옳다거나 그르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노순택의 사진 역시 작가의 입장이나 판단을 강요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가 단순한 풍경사진이기 이전에, 우리사회에서 전쟁이란 무엇이며, 분단의 기재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도록 하는 것처럼, 우리 앞에 펼쳐진 한국사회가 오작동 하고 있는 빈 틈을 드러내 보여준다. 이어지는 질문과 상황에 대한 판단의 관람자의 몫으로 남는다.

[풍경, 이토록 숭고한 징그러움] 전시는 일상적인 삶의 모습처럼 보이는 목가적 풍경 속으로 스며들어온 레이돔을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추적한 [얄읏한 공], 애국심으로 포장된 자본의 욕망을 담은 [좋은, 살인], 북한과 남한은 사실 서로를 비추는 거울일 수 밖에 없음을 발견하게 되는 [붉은 틀]등과 같은 시리즈에서 선별된 사진들로 이루어졌다. 비록 사진은 일반적인 풍경사진처럼 보일 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한반도의 ‘분단’이라는 문제의식이 뿌리깊게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노순택은 어떤 대상을 직접적으로 옹호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며, 어떤 특정 부류에 대한 감정이입이나 차별적인 감수성을 야단스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 대신 관조적이며 담담한 시선으로 사진 속 풍경들을 바라 본다. 바로 이런 그의 시선이 바로 우리로 하여금 사진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 하고, 그 풍경이 만들어진 이면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때문에 그의 사진 앞에 서면 늘 긴장하게 된다.

풍경! 노순택에게 풍경은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일상이라고 여겨 무심코 지나쳤던 한국사회의 특수한 상황,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풍경이다. 때론 냉소적으로 보이기 까지 하는 그의 거리두기의 시선은 어쩌면 지금 보다 조금 더 나아진 한국사회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징글징글한 우리사회를 들춰내는 그의 사진 앞에서 숭고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정현미(토탈미술관 에듀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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