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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뮌,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C

출생

1972, 서울

장르

설치, 미디어

홈페이지

www.mio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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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룸, 2014

나무, 빛, 인간 형상 미니어쳐, ∅ 60, 80, 1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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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군중, 개인 - Mioon의 미디어 영상

뮌(mioon)은 네트워크 미디어 시대에 존재하는 군중과 집단, 스펙터클한 사회로 대변되는 이 시대의 풍경,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개인의 문제를 사진과 영상을 통해 제시하며 사회적 발언으로서의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보이지 않는 사회 제도와 그것이 파생시키는 여러 의미들을 비평적 시각으로 작품 속에 적극 개입시키는 그들의 작업은 일견 도시, 군중, 개인 등의 문화적 텍스트에 대한 시각적 해석으로 읽힌다.

군중, 메트로폴리스적 인간
<관광객 프로젝트(Tourist Project)>(2003), <휴먼 스트림(Human Stream)>(2005)에서 최근의 <리드 미 투 유어 도어(Lead Me to Your Door)>(2011) 등에 이르기까지 뮌이 오랫동안 천착한 주제는 대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군중이다. 그가 군중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0년대 군중 스펙터클에 대한 경험에서 시작된다. 공권력과 대치한 대규모 시위 군중의 파노라마는 그것을 야기시킨 사회와 문화에 대해 비평적 시각을 견지하게 하였고, 물리적으로는 개체이나 정신적으로 통일되어 하나의 단일한 집단으로 부유하는 군중의 본질과 속성에 주목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독일 유학 시기 동안 아시아 유학생으로서 경험한 서유럽인들의 개인주의는 그것과 대별되는 한국의 집단주의적 감수성을 하나의 특수한 문화현상으로 바라보고 작업의 키워드로 삼는 동인으로 작용하였다.   
뮌이 주목하는 지형학적 지점은 바로 대도시와 그 속의 군중, 소위 메트로폴리스적 군중이다. 대도시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소비 욕망이 내재한 공간이다. <보이는 도시(The Visible City)>(2007)에서 상품 포장상자들이 겹겹이 쌓여지고 배열되어 만들어내는 거대한 도시 이미지는 바로 순환과 교환의 변증법이 극대화된 자본주의 체제의 시각적 메타포이다. 기 드보르(Guy Debord)가 언급한 ‘스펙터클의 사회’의 일면과도 같이 작가는 대량생산과 소비가 만들어내는 상품이미지들과 망막을 스쳐가는 대도시의 일루전들을 끊임없이 제시한다. 그 속을 거니는 관객들은 메트로폴리스의 무목적 배회자(flaneur)와도 같이 도시가 쉼없이 재생산하는 상품의 기호들과 스펙터클한 피상적 이미지를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는 도시 군중인 셈이다. 
물신 숭배의 주체로서의 메트로폴리스 군중은 집단주의가 지니는 획일성에 대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관광객 프로젝트>(2003)에서 파르테논 신전, 피라미드, 자금성 등 세계의 유명 관광지에 모여든 수많은 관광객들은 바로 관광 산업이 본질적 컨텍스트를 삭제하고 의도적으로 물신화한 표피적 도시 일루전을 소비하는 무목적적 군중이다. 뮌은 이 수많은 익명의 관광객들이 특정 관광지를 뒤덮는 순간 그들을 바람에 흩날려버리면서 자신의 역동성을 제어하지 못하는 군중의 집단주의적인 획일적 속성을 풍자한다. 여기서 깃털로 만든 화면은 이러한 일회성과 알맹이 없는 껍질로서의 군중의 가벼움에 대한 시각적 우의이다.
이처럼 복합적인 발화들을 스스로 생산해내지 못하며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수용하기만 하는 집단 군중의 수동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2000년대 전반 뮌의 작업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난다. <노래방 프로젝트>에서 관객이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래에 반응하여 비워지고 채워지기를 반복하는 객석 군중의 모습이나, <휴먼 스트림>에서 일종의 우상을 향해 돌진하는 광기에 사로집한 군중들의 일방향의 표류는, 바로 개인들의 감정과 생각이 전부 한 방향으로 정렬된 하나의 집합적 영혼, 무비판적인 심리적 군중에 대한 시각적 비판이다. 또한 이는 수동성과 집단성을 강요하고 외부 시스템에 의해 통제되는 이 시대 대한 사회적 발언이기도 하다. 특히 뮌의 이러한 군중 파노라마는 생성, 성장, 팽창, 소멸하는 군중의 속성을 지시한다. 작가의 언급처럼 처음에는 소수의 사람으로 시작된 군중은 서서히 생성하고 확장, 팽창하면서 어느 한계점에서 와서 터지고 와해되어 버리는 유기체로서의 속성을 내재하고 있다.
뮌의 군중들은 종종 연극적 무대의 객석에서 등장한다. <홀로 오디언스(Holoaudience)>(2005)와 <관객의 방백(Aside of Audience)>(2008) 등에서 작가는 무게중심을 무대에서 객석으로 이동시키며, 여기에 집합한 군중의 모습에 주목한다. 객석에서 무대 위의 동일한 사건을 공유하는 그들은 동일성의 법칙을 따르는 군중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내준다고도 할 수 있다.   
<홀로 오디언스>에 들어서면 무대 객석을 형상화한 400개의 홀로그램 조합판 내 박수치는 400명의 관객이미지를 만나게 된다. 센서반응에 따라 ‘박수치기’를 반복하는 객석의 군중들은 개별적 존재라기보다는 동일한 행위를 반복하는 하나의(holo)의 덩어리로 제시된다. <홀로 오디언스>가 이전 군중 이미지의 연장선상에서 복합적인 언술이 제한된 존재들이라면 <관객의 방백>에서의 군중들은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능동적으로 발화하는 개별적인 주체로 제시된다. 
<관객의 방백>은 3개의 스크린 무대 안에 108명의 군중이 등장하는 영상 설치 작업이다. 작가는 이들을 모두 예술가로 상정하여, 이 사회 예술가 상에 대한 가상의 인터뷰을 시도한다. 이들이 언급하는 예술가 상은 아이러니하게도 미디어가 재생산해는 예술가 신화에 대한 일종의 스테레오타입을 수렴한다.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은유하는 이 작업은 공통의 상징체계가 존재하는 하나의 사회를 암시한다. 시 공간을 달리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그들의 이야기들은 서로에게는 들리지 않는 일종의 방백으로 암시되는데, 이는 시공을 초월하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네티즌들의 소통체계와도 같다.

군중에서 개인으로 
뮌이 군중과 집단에 주목하는 지점은 그들이 모여 있다는 집단적 상황이나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그들의 움직임 속에 내재된 보이지 않은 사회적 시스템과 규제, 자본을 둘러싼 욕망들이다. <습관적 열정(Habitual Passion)>(2009)에서 뮌은 군중들의 빈틈없는 꽉 참과 스펙터클한 웅장함 대신 텅 빈 침묵의 장소를 제시하면서, 군중의 문제에서 그들을 지배하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방점을 옮긴다.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 환호하는 군중,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실제의 경기 등 경기장을 구조화화는 모든 컨텍스트가 사라진 뉴욕의 양키 스타디움은 진공 박스 속에서 마치 유물과도 같이 화석화되어 있다. 몇몇의 인물들과 함께 경찰차 한대가 경기장을 가로질러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지나가는 모습 속에서 경기장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은 감시의 시선을 유추하게 된다. 박스 속 경기장의 긴장감이 감도는 공간을 바라보는 관객 역시 그 시스템 속의 개체임을 부정할 수 없다. 
<습관적 열정>이 침묵과 긴장감으로 감시와 통제의 불안한 사회 구조에 대한 독해를 시도한 것이라면, <리드 미 투 유어 도어(Lead Me to Your Door)>(2011)는 관음을 용인하는 사회제도 속에서 군중 삶의 특화된 내러티브들을 파노라마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88개의 비디오 패널과 모니터가 층층이 쌓여져 구성된 거대한 두 개의 휴머노이드 조각은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가장 보편화된 주거공간인 아파트를 은유하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욕망과 상실을 드러낸다. 수십 명의 배우들을 섭외하여 88개의 무대 위에 상연한 각기 다른 삶의 조각들은 88개의 ‘인생 극장’과도 같다. 망원경을 통해 들여다보는 듯 관음증을 경험케하는 이 작품에는 각각의 개인들이 삶에서 경험하는 두려움, 환상, 비밀과 욕망이 조심스레 펼쳐져 있다.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 실내공간과 외부 공간 사이의 상호 관계에 초점을 맞춘 이 작업은 현재적 삶을 살아가는 군상들의 변화무쌍한 만화경에 다름 아니다.
다양한 도시 군중의 양상에 주목하고 그들이 도시 자본주의에 반응하는 욕망의 흐름과 불안과 소외를 내면화한 그들의 일상적인 삶을 언급하는 뮌의 작업은 다분히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사유와 맞닿아있다. 도시 건축과 공간, 거기서 펼쳐지는 삶, 메트로폴리스 군중의 일상적인 삶 등 현대성의 전형적 장소로서의 도시 복합체는 벤야민 사유에서 되풀이되는 주제이다. 벤야민이 도시를 산책하는 배회자, 자의식으로 무장한 댄디, 도시 뒷골목의 넝마주의와 매춘부 등 수많은 도시 군상들을 자신의 도시기록에 담아냈듯이, 뮌의 작업은 현대 도시에 반응하는 수많은 군중들의 모습으로 도시의 관상학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벤야민이 도시를 아름다우면서도 불안감이 감도는 이중적 공간으로 정의 내렸듯이 뮌의 작업에서 대도시 군중은 유쾌함과 희망의 근원이자 불안과 절망의 원천으로서의 도시를 경험하는 주체이자 객체이다. 뮌은 현대 대도시의 공간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은 시스템들에 대한 시각적 해독을 시도하면서 동시대 문화에 대한 사회적 발언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배명지_ 코리아나미술관 책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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