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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이명호, 사비나미술관

출생

1975, 대전

장르

사진, 미디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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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행위 프로젝트 : 밝은 방, 어두운 방..._강재현 기획
참여작가
이명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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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의 사진은 무엇보다 자연 공간에 개입하는 행위와 과정이 중시된다. 가령,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무 연작>은 드넓은 공간에 뿌리박은 거대한 나무 뒤에 흰 캔버스를 펼쳐 올리고 이를 사진으로 담아낸다. 이 한 컷의 사진을 담기위해 작가는 긴 시간동안 공간을 탐색하고 나무를 선택한 후 촬영하기 적절한 계절과 시간을 기다리는 과정을 거친다. 이와 유사한 과정으로 제작되는 <신기루 연작> 역시 황량한 사막을 중심으로 허허벌판 너머에 천을 길게 설치함으로써 마치 바다가 펼쳐진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게 하는 작품들이다. 이러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작가의 치밀한 기획과 추진력을 통해 완성된 작품은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할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았던 대상의 존재를 확인 시키게 한다. 이명호 작가의 이번 전시는 제목처럼 밝은 방과 어두운 방으로 구성된다.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6개의 방마다 한 점씩 설치된 <나무 연작>은 사진 속 흰 천에 의해 나무의 형태와 색감이 확연히 드러난다. 게다가 작업과정 사진을 통해 나무의 규모가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3차원의 공간에 펼쳐진 뜻밖의 2차원의 화면은 대상을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게 하는 시각적 효과를 가져 온다. 마치 대상을 관찰하고자 흰 도화지 위에 나무를 올려놓은 것 같은 이러한 장치는 보는 이로 하여금 나무를 재발견하게 할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인 시각적 경험을 하게한다. <나무 연작>과 <신기루 연작>은 각각 밝은 방과 어두운 방에 설치되는데 이러한 설치방식을 통해 작가는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밝음과 어두움, 수직과 수평 등의 대조적인 상황을 연출하면서 우리에게 시공간의 낯설게 보기를 유도한다. 뿐만 아니라 밝은 방을 뜻하는 카메라 루시다와 어두운 방을 뜻하는 카메라 옵스쿠라의 제목을 빌어 대상을 재현하는 방식과 바라보는 방식의 기원적인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사진-행위 프로젝트: 밝은 방, 어두운 방…

이명호는 나무에 배경 막을 치고, 나무의 존재감과 그 고유의 아름다운 형상을 부각시켜 사진을 찍은 'Tree' 시리즈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진가가 대상에 배경 막을 치는 것은 스튜디오 사진의 오래된 전통이다. 이는 대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배경을 중요시하는 서양 미술의 정물화의 전통과 연결된 것으로, 인물 사진에서 인물 특유의 형태와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초상 사진뿐 아니라 상업용 패션 사진에도 널리 사용되어온 방법이다. 인물 사진의 대가인 리차드 아베돈(Richard Avedon)과 어빙 펜(Irving Penn)이 모델에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심플한 백색이나 중간 톤의 배경 막을 사용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명호의 나무 시리즈는 스튜디오 사진의 흔한 전통을 야외에 서식하는 나무에 적용시킨 일명 나무 초상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크게는 길이 25미터와 높이 12미터 크기의 배경 막을 나무 뒤에 설치해야 한다. 생각보다 간단치 않은 이 과정은 이명호 작업의 성격을 일반적인 예술사진 작업에서 무엇보다도 팀워크와 노동력이 중요한 개념 미술 프로젝트로 변환시킨다. 순수 미술 작업에 있어서 노동의 중요성은 1960년대 이후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대지미술, 행위미술, 설치미술 등의 부상과 함께 강조되어 왔는데, 이명호의 사진 프로젝트는 그 맥락을 계승하고 있다. 이 곳 저 곳을 여행하며 작업의 대상이 될 나무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일단 선택된 부동의 나무가 있는 장소로 많은 인력과 장비를 옮겨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적게는 수십 명의 인원이 동원되고, 최소한 포크레인 두 대가 나무의 양옆에 배치되고, 조명 기구를 비롯한 많은 장비를 옮겨 오게 된다. 그는 사막 속에 캔버스 천을 든 인물을 배치하여 지평선에 바다의 수평선을 얻는다는 개념을 가지고 작업한 고비사막 프로젝트 'Sea'320명을 동원하였다. 이처럼 여명호는 나무와 사막을 주제로 한 풍경사진이라는 기존의 사진 작업의 범주를 넘어 자신의 작업을 방대한 개념미술 프로젝트로 확장한다.

 

프로젝트의 전 과정은 이명호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에 의해 스냅 샷으로 찍히고, 비디오로도 기록되어 세 종류의 결과물로 전시된다. 물론 흰 배경 막의 중심에 나무를 배치시킨 단순한 구성의 나무 초상사진이나, 간결한 곡선이 아름다운 몽환적인 느낌의 사막 풍경 등, 그림 같으면서도 모던한 형식미가 돋보이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예술사진을 창작해내는 것이 이명호 작업의 핵심이다. 그러나 전시장 한켠에는 방대한 작업 스케일과 많은 사람들의 협업 과정을 생생히 담은 자그마한 스냅 샷 사진들이 나열되어 있고, 기후의 영향에도 민감하여 상상보다도 훨씬 긴 기다림의 시간과 노동력을 요구하는, 스태프들이 밤낮에 걸쳐 배경 막을 치는 지난한 과정을 담은 비디오가 설치되어 있다. 스냅 샷들은 드넓은 벌판에서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커다란 제스처를 사용하여 스태프들을 지휘하는 작가와 즐겁게 일하는 스텝들의 경쾌하고 역동적인 현장의 분위기가 담겨있다. 그러나 배경 막을 나무 뒤에 치는 과정을 담은 비디오나, 32명이 3Km길이나 되는 천을 펼쳐들고 행을 맞추어 천천히 사막을 걷는 비디오는 별반 커다란 변화 없이 한 가지 일에만 노동력이 집중된 공동의 행위만을 보여준다. 배경 막을 거의 올릴 듯하면서도, 상황이 맞지 않아 다시 내리고 올리고를 되풀이 하거나, 다 설치한 후에도 바람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과정을 담은 한 시간 이상이 넘는 비디오를 지켜보면서, 관객은 도대체 무엇을 위하여 작가는 이 많은 인력과 비용과 장비를 들여 저러한 행위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

 

이 지점이 바로 이명호의 작업이 1960년대의 개념미술과 맞닿는 지점이다. 예술이 무엇이며, 예술가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이며, 관객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 것일까, 정해진 답은 없다. 그러나 60년대의 개념미술가들이 반-미학과 작품의 비-물질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만의 논리로 관객을 우롱하거나 철학적 성찰을 하게 하는, 의도적으로 지루한 비디오와 아름답지 않은 사진을 만들었다면, 이명호의 비디오는 지루하지만 그 목적을 뚜렷이 가지고 있는 다큐멘터리 비디오이다. 또한 이명의 스냅샷들도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 노동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이다. 무엇보다도 이명호는 결과적으로 관객이 몰입할 수 있고 명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형식미를 갖춘 예술사진을 만들어 내어 사진에 미학을 복원한다는 점에서 60년대의 개념미술 작업과는 다르다.

 

배경 막을 침으로써 대상의 맥락을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이명호의 나무 사진은 어빙 펜의 1948 페루 여행 사진을 떠올리게 한다. 펜은 페루의 쿠즈코인들을 자신의 유명인사 사진들과 비슷한 세팅에서 촬영했다. 전통 복장을 입고 있는 인디언들을 배경 막을 친 인공적인 스튜디오 세팅에서 촬영함으로써 인디언들을 그들이 본래 속한 자연적 환경에서 분리시켜 촬영한 사진들은, 자연 속에 어우러져 묻혀있던 인디언 개인의 고유의 아우라를 부각하는 역할을 했다. 자연속의 일부로 각별히 인식되지 못한 나무의 개별적인 아름다움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이명호의 사진은 펜의 사진과 유사하다. 그러나 펜의 사진은 문명화된 맥락에 인디언을 배치시키고 대상화하여 서구 사회에 물신화의 대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종학적 관점에서 논쟁의 소지가 많기도 하다. 펜의 사진과는 달리, 이명호의 사진은 그 대상이 인간이 아닌 나무라는 점에서 보편적인 존재론에 호소하며 관람자의 사심 없는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특히나 부동의 나무를 화면의 중심에 배치하는 그의 단순한 구조는 나무를 의인화시킨 나무 초상화를 보는 듯하다. 이는 그의 나무 사진에 현대 사진의 전면성(Frontality)의 존재론을 적용할 수 있게 한다.

 

1990년대를 전후로 현대예술사진의 주요 트렌드와 철학적 담론은 인물사진의 전면성에 있어왔다. 유럽적 전통, 특히 독일의 어거스트 센더(August Sander)의 사진에서 두드러지는 이 전면성은 베허 부부(Bernd and hillar Becher)에 의해 산업시설 건축물의 전면성으로 부각되었으며, 그들의 제자인 뒤셀도르프 사진가 그룹의 대표적 인물 토마스 스트루스(Thomas Struth)의 가족사진에서도 지배적으로 나타난다. 미국의 주요 현대 미술 이론가 마이클 프리드(Michael Fried)는 이들 이외에도 리네케 디젝스트라(Rineke Dijkstra), 페트릭 파이젠바움(Patrick Faigenbaum), 루크 델라하예(Luc Delahaye), 롤랜드 피셔(Roland Fischer), 그리고 더글라스 고돈(Douglas Gordon)등의 작품에서 전면성의 중요성을 논하였다. 프리드는 인물이 자신을 둘러싼 어떠한 주변 환경과도 반응하지 않는 전면성, 무심성, 부동성 그리고 평정성을 자신의 이론인 반-극장성(anti-theatricality)을 적용하여 설명함으로써 이들 사진에 궁극적으로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적용해 왔다.

 

이명호의 나무시리즈는 인물의 전면성을 나무의 전면성으로 전이시켜 관람자로 하여금 나무에 인간의 존재론을 이입시키게 한다. 이와 더불어 이명호 작업에 대한 많은 글들이 그가 나무를 본래의 맥락에서 분리시킨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보다 엄밀히 분석하자면, 이명호는 나무를 본래의 맥락에서 분리시키기 보다는 주변 환경을 완전히 배제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배경막이라는 장치를 삽입하여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무 뒤의 배경 막 뒤에 존재하는 자연의 배경이 없다면, 이명호가 선택한 한 그루의 나무 뒤에 존재하는 다른 나무들이 없다면, 그가 선택한 나무의 존재의 의미뿐만 아니라, 그의 사진의 의미 자체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속한 환경의 주인공으로 부각된 나무의 모습은 아름답고 고요하고 시간이 정지된 듯한 묘한 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가끔씩 배경 막에 바람의 흔적처럼 보이는 물결무늬가 드리워지기도 하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더욱 나무의 부동성과 조형미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명호 사진 프로젝트의 마지막 과정은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배경 막을 칠 때 사용했던 밧줄이나 지지대를 지워주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통해 배경 막은 마치 혼자 서 있는 듯한 인위적이고 비실제적인 재현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

 

디지털 교정 작업이 부여하는 비실제적인 초현실적 인위성 때문에 나무의 존재는 더욱 묘하게 부각되는데, 이점 때문에 혹자는 이명호의 사진을 보드리야드의 시뮬라크르와 하이퍼-리얼리티에 연결시켜 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명호의 사진은 엄밀히 말하면 하이퍼 리얼리티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원본이나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이 없이 동시대의 테크놀로지를 사용하여 시각적으로 더 실재같이 보이는 이미지를 만듦으로써 보는 이들이 그것이 나무의 실재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하이퍼-리얼리티이다. 그러나 이명호의 나무 사진의 모델은 실제로 존재하며 변형되지 않은 채로 재현 된다. 나무 뒤의 배경 막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나무를 완전히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냥 스쳐가기 쉬운 한 그루의 나무가 본래 가지고 있는 존재감과 형태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배경막 뒤의 자연 역시 이명호의 사진에 원래대로, 실제의 모습 그대로 찍힌다. 이명호의 사진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나무의 가상적 리얼리티를 창조해내기위해 사용된 것이 아니라, 나무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주변의 몇 가지 설치물들을 제거하는 정도까지만 쓰였다. 이런 측면에서 이명호의 사진은 인위적이고 하이퍼-리얼 하다기 보다는, 배경막이라는 장치를 사용하여 원본의 자연, 혹은 풍경 속에서 대상의 존재를 강조하는데 중점을 둔다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존재하는 풍경에 강약을 주어 편집함으로써 우리가 기존에 자연을 바라보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거쳐서 결과물로 나온 사진들은 개념미술 프로젝트의 맥락과 완전히 분리되어서 심플하고 모던한 미를 가지고 있다. 이명호의 사진자체는 아름답고 많은 사람이 갖고 싶고 벽에 걸어두고 싶은 사진이다. 그의 사막 프로젝트는 몽환적이기까지 한데 그 아득한 느낌의 단순한 모더니즘적 구성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상치도 못한 디테일이 숨어 있다. 언뜻 보기에 있는 그대로의 사막의 풍경처럼 보이는 그의 사진 어디쯤엔가 작은 오아시스 같은 지점이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캔버스 천이 만들어낸 일루젼이다. 그의 작업 프로세스를 알고 있는 이는 그 캔버스 천을 들고 뒤에 서 있는 수 많은 인물들의 존재를 볼 수 있다. 이명호는 그 장중한 사막의 고요한 풍경 속에 320명의 인원을 동원한 그의 프로젝트의 묘미를 이처럼 보일 듯 말 듯 아주 자그마하게 숨겨 놓았다.

 

이명호는 모더니즘의 미학을 복원하면서도 작업의 개념을 중요시하는 현대 사진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다. 그의 사진은 모더니즘 회화의 미학을 계승하고, 그의 스냅 샷과 비디오는 60년대의 사진을 이용하는 개념미술의 전통을 잇고 있다. -미학에 가리워져 있던 모더니즘의 미학적 전통을 복원하는 이명호의 작업은, “후기-개념 미술적 예술사진 프로젝트(post-conceptual art photography project)”라고 정의 될 수 있다.


이필 (미술사가,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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